"혼자 보낼 수 없어"…이름없이 숨진 8살 딸 따라간 아버지 [그해오늘]

채나연 기자I 2025.01.17 00:00:10

복수심에 8살 딸 살해한 친모
父 , 죄책감에 죽음 선택
1심 징역 25년 → 2심 22년 감형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1년 1월 17일 자신의 딸이 친모 A(당시 44세)씨에게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 친부 B(당시 47세)씨가 사건 관련 조사를 받고 집에 귀가한 뒤 숨졌다. B씨가 남긴 유서에는 ‘딸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 등이 담겨 있었다.

8살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어머니 A(44·여)씨가 2021년 1월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건 발생 10여 년 전부터 사실혼 관계였던 A씨와 B씨는 2013년 첫 딸 C양을 낳았다. 당시 A씨가 전 남편과 이혼을 하지 않아 C양 출생신고가 어려웠고, C양은 이 때문에 어린이집도 학교도 가지 못했다.

B씨는 딸에 대한 출생신고와 초등학교 입학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A씨가 차일피일 미루자 2020년 6월 별거에 이르렀다. A씨는 별거 이후 B씨를 향한 복수심에 친딸인 C양을 질식해 숨지게 했다.

살해 이후 일주일간 C양을 방치한 A씨는 지난 1월 15일 오후 3시 37분께 “딸이 죽었다”며 119에 신고한 뒤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원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후 퇴원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B씨가 6개월 전 집을 나가자 배신감 등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서 C양을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뒤늦게 딸 사망 소식을 접한 B씨는 15일 경찰 조사를 받은 후 인천시 연수구 한 아파트에서 사망했다. 그는 남동생에게 “딸을 혼자 보낼 수 없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긴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신고서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채 무명녀로 기록됐던 C양은 사건을 맡은 검사가 A씨를 대리해 C양이 생전에 불리던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마친 뒤 사망 신고도 함께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갈등을 빚던 동거남이 더 큰 충격을 받게 하려는 복수의 일환으로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거남이 딸만 아끼고 사랑하면서 피고인 자신의 경제적 지원 요구 등은 들어주지 않지 동거남이 가장 아낀 딸의 생명을 빼앗았다”면서 “피해자를 동거남에 대한 원망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건강 상태를 이유로 일부 감형한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에 평소 앓던 당뇨 합병증과 이로 인한 우울증, 무력감도 영향을 미친 측면이 있다”며 “수사받던 중 합병증으로 인한 괴사로 신체 일부를 절단하는 등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며 감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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