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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상박 K바이오]제네웰 vs 티앤엘 승부 가른 해외 파트너사

김새미 기자I 2025.01.24 09:30:40
[이데일리 김새미 기자] 동성케미컬(102260)의 종속회사인 제네웰은 창상피복재 ‘메디폼’의 원개발사로 국내에선 ‘습윤밴드의 원조’ 회사로 유명하다. 티앤엘(340570)은 국내 습윤밴드 시장점유율 2위 업체지만 해외 수출을 통해 빠르게 성장해 제네웰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것은 물론, 매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창상피복재란 외부에서 가해진 힘에 의해 정상적인 구조가 파괴된 상태의 신체조직(창상)을 보호하고 오염을 방지하며 삼출액(진물)의 흡수 및 출혈로 인한 체액의 손실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의료기기이다. 하이드로콜로이드, 폴리우레탄 폼, 하이드로겔, 실리콘, 알지네이트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한다.

흥미로운 점은 설립연도는 티앤엘에 1998년으로 제네웰(2000년)보다 앞서지만 티앤엘의 대표와 임원 4명이 제네웰의 전신인 동성화학을 거쳐왔다는 점이다. 이는 동성화학 연구원이었던 최윤소 티앤엘 대표가 1998년 IMF로 인해 연구소가 폐쇄되자 동성화학의 소재 전문가들을 창립 멤버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청출어람’ 티앤엘? 미용 목적 창상피복재로 수출 ↑

제네웰은 폴레우레탄 성분의 폼드레싱 ‘메디폼’, 유착방지재 ‘가딕스’를 개발했다. 메디폼은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국내 습윤 드레싱재 시장에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을 출시해 국내 시장의 판도를 바꾼 제품이다. 가딕스는 각종 외과 시술 시 장기와 신경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유착방지피복재로, 이 역시 외국에서 전량 수입하던 것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수술 부위에 직접 약물을 도포한 후 72시간 동안 서방성 방출을 지속하는 ‘웰패스’를 출시, 통증관리제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티앤엘 역시 창상피복재에 주력하고 있다. 주로 화상, 외과적 상처 등 깊은 상처에 쓰이는 폴리우리탄 폼과 달리 찰과상 등의 가벼운 상처나 트러블케어 제품으로 주로 사용되는 하이드로콜로이드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티앤엘의 하이드로콜로이드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말 94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3.5%를 차지했다.

이는 하이드로콜로이드를 마스크팩, 여드름 패치 등 미용 목적으로 재창조한 덕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티앤엘은 2018년 마이크로니들 기반 여드름 패치 ‘마이티패치’(Mighty Patch)를 파트너사인 히어로 코스메틱스를 통해 출시했다. 티앤엘 관계자는 “하이드로콜로이드는 창상피복재의 본래 기능인 상처 치료를 넘어 미용 목적으로도 사용되고 있다”며 “특히 K-뷰티와 맞물려 해외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이 때부터 티앤엘의 매출이 수출 증가 덕분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제네웰의 매출이 2018년 216억원에서 2023년 325억원으로 50.5% 증가하는 동안 티앤엘의 매출은 2018년 263억원에서 2023년 1155억원으로 339.2% 급증했다. 최근 5년간 평균 매출증가율의 경우 제네웰이 8.7%, 티앤엘이 36.1%였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양사 명암 가른 해외 파트너사

이처럼 양사의 매출 격차를 벌린 데에는 해외 파트너사의 역할도 컸다는 분석이다. 티앤엘의 경우 해외 파트너사 덕에 미국 매출이 급증하면서 수출 비중이 늘고 실적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지만 제네웰의 경우 이런 효과를 거의 보지 못했다.

티앤엘의 경우 2018년 히어로 코스메틱스에 제조업자개발생산(ODM) 형태로 마이티 패치를 공급하면서 미국 시장 매출이 빠르게 성장했다. 마이티 패치는 지난 2018년부터 미국 이커머스 아마존닷컴에서 피부 트러블 패치 판매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코스메틱스는 2022년 미국 화장품 등 제조사 처치앤드와이트(C&D)에 인수됐다. C&D는 옥시크린, 워터픽, 테라브레스 등 유명한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 유통망을 갖추고 있다. 티앤엘은 이미 C&D를 통해 CVS, 타깃(Target), 월마트 등 다수의 소매점에 입점했다.

티앤엘은 C&D를 통해 유럽 시장 진출에 날개를 달게 됐다. 티앤엘은 C&D가 보유하고 있는 유럽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판매 국가를 늘릴 계획이다. 미국 매출 성장에 유럽 매출까지 더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반면 제네웰은 파트너사 확보에 따른 해외 매출 증가 효과가 두드러지진 않았다. 제네웰은 티앤엘보다 빠른 시기인 2014년 3월 한국먼디파마와 메디폼의 아시아태평양, 라틴아메리카, 중동, 아프리카 지역 내 라이선스 및 판매에 대한 전략적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메디폼의 세계화’를 자신했던 먼디파마와의 협업에도 제네웰의 매출 확대는 티앤엘의 성장에 비하면 부진했다.

한국먼디파마가 2022년 희망퇴직 프로그램(ERP) 등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트너사가 적극적으로 영업·마케팅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제네웰은 2024년 1월 먼디파마와 계약 중 한국 지역에 대한 부분만 연장하고, 나머지 지역에 대한 계약은 만료시켰다.

대신 제네웰은 직접 지역별 거점 국가의 현지 전문기업과 계약을 체결하거나 협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동남아의 인도네시아 제약사 피리담(Pyridam),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있는 주니퍼 바이오로직스(Juniper Biologics) 등 다수 국가의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었다. 특히 코스메틱 사업의 경우 2개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 완료해 올해 1월부터 프랑스, 영국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유럽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2023년부터 글로벌 이커머스 판매도 시작했다. 북미의 경우 아마존에 2023년 메디폼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화장품 ‘힐마이즈’ 등 판매 품목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중화권에서는 ‘티몰’, 일본에서는 ‘라쿠텐’,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아마존 등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웰의 경우 기존 계약이 완제품 독점 판매 계약이라 수출을 위해 진행할 수 있던 활동이 제한적이었다”며 “이제 다양한 수출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으니 좀 더 해외 매출이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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