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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들이받은 차량에는 K리그1 프로 축구단 제주SK(제주 유나이티드) 소속 유씨, 김동준, 임준섭 골키퍼와 트레이너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잠시 바람을 쐬러 나왔다가 숙소에 복귀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유씨는 하반신 마비, 신경·근육 기능 장애, 만성 통증 등 치명적 상해를 입고 말았다.
사고 이후 유씨는 1년 가까이 재활에 매달렸다. 그러나 결국 지난 2023년 11월 현역 은퇴를 결정해 그라운드를 떠났다. 선수 생활 3년 만이자, 당시 유씨의 나이 25세였다.
유망주의 선수 생명을 빼앗은 A씨의 음주 사건에 대중은 모두 분노했고, 특히 A씨가 유씨에게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더욱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 A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항거불능 상태의 여성을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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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9차례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선처를 거듭 호소했다. 또 820만원의 형사공탁금을 걸었다가 판사로부터 질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사건 담당 판사는 “하반신이 마비된 25살 청년에게 820만원을 공탁했다니, 피해자를 약올리나. 조롱하는 것이냐”라고 크게 꾸짖으며 “판사도 사람인지라 1심 판결문을 읽고 화가 났다. 피고인의 사정이 딱하다고 해도 피해자는 장래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4월 18일 열린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유씨는 직접 법원에 출석해 재판을 지켜보고 발언을 했다. 당시 유씨는 “제가 사과를 원해도 받지 못한 것이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A씨 측 변호인은 “A씨 가족이 집을 처분하는 등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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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유씨는 사고로 인해 회복이 어려운 장애 판정을 받았다. 이 사건이 없었다면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었던 26세 청년이 겪을 고통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추행 사건은 음주 사고 2개월여 만에 저질렀고, 음주 관련 처벌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볼 때 원심의 형이 가벼워 상향함이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축구장을 떠난 유씨였지만 그는 최근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장애인스포츠단 BDH 파라스에 입단한 유씨는 골키퍼 장갑 대신 소총을 잡고 장애인사격선수로 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