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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가 업계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대출(오토론) 이용자가 차 사고를 당하면 남은 대출금액의 90%를 면제해 주는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최근 캐피탈 등 2금융권뿐 아니라 은행까지 가세하며 급격히 커지는 오토론 시장을 보험사의 새로운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적 포석이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메리츠화재를 인보험(암보험 등 생명과 신체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 시장 2위로 발돋움시킨 김용범(사진) 부회장이 또다시 파격적인 상품을 선보이며 기업보험 시장 공략이라는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화재, 업계 최초 ‘오토론 대출 감면’ 보험 출시
메리츠화재는 20일 ‘오토론 대출 채무 상환 면제 보험’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KEB하나은행의 오토론 상품인 ‘1Q 오토론’을 이용해 새 차를 구매한 대출자가 대출일로부터 1년 안에 다른 자동차와 교통사고(대출자 과실 50% 이하)가 발생할 경우 남은 대출금의 90%를 면제해준다. 이는 신차 구매가격의 절반 이상 수리비(보험사의 실지급액 기준)가 나올 경우를 전제로 한다. 이날부터 하나은행 1Q 오토론을 이용하는 모든 대출자에게 적용한다.
하나은행이 메리츠화재와 보험 계약을 맺고 보험료를 내다가 조건에 부합하는 대출자가 생기면 잔여 대출금액을 면제해주는 대신 메리츠화재로부터 그만큼의 보험금을 받는 구조다. 오토론 이용자가 직접 보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은행과 메리츠화재 간 계약에 따라 무료로 보험의 보장을 받는 것이다.
예컨대 차 사고가 났을 때 은행에 갚아야 할 대출금이 1000만원 남았다면 900만원을 면제해주고 대출자는 남은 100만원만 갚으면 된다. 다만 법 위반에 의한 교통사고나 중고차 시세보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사고 수리비가 더 많은 차량 전부 손해 사고, 도난 및 침수 사고, 주차 중 사고 등은 채무 면제를 받을 수 없다. 화물차·택시·오토바이 등 특수 차량이나 중고차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번 상품 출시는 메리츠화재가 하나은행 측에 먼저 제안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하나은행뿐 아니라 오토론 상품을 취급하는 다른 시중은행과도 추가로 제휴를 맺어 상품 적용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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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보험 시장 본격 진출…과당 경쟁 우려도
메리츠화재가 차 사고 피해자의 대출금을 감면해주는 전례 없는 상품을 내놓은 배경에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일반보험’ 시장을 새 먹거리로 선정한 김용범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앞서 김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 취임 직후 영업 조직 통폐합, 업계 최고 수준의 보험 상품 판매 수수료 지급 등 공격적인 영업을 바탕으로 암보험, 어린이보험, 치매 보험 등 장기 보장성 인보험 분야에서 두드러진 판매 실적을 올리며 인보험 시장 점유율을 삼성화재에 이은 손보업계 2위로 끌어올렸다. 이번 오토론 대출 면제 보험은 기업보험 시장을 겨냥한 김 부회장의 또다른 승부수인 셈이다.
실제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오토론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5조3000억원으로 1년 전(약 2조6000억원)보다 2배 급증했다. 메리츠화재는 이같은 오토론 시장 확대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에 속하는 하나은행과 손잡고 기업보험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의 경우 계열사 계약 물건이 없다 보니 일반보험시장에서 다른 손보사보다 항상 약체에 머물렀다”며 “이번 새 상품 출시를 계기로 일반보험 분야에서 혁신적인 상품을 계속 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이 지난해 기업보험 총괄 사장에 최석윤 전 골드만삭스 대표를 전격 영입한 것도 기업보험 영업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메리츠화재의 본격적인 기업보험 시장 진출이 오토론 시장과 보험 업계의 과당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금융감독원은 올해 은행의 오토론을 테마검사 대상으로 정해 집중적으로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은행의 영업 과열로 불완전 판매 등 소비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업계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메리츠화재의 영업 강화가 업계의 ‘제살깎아먹기’ 식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가 인보험 확대를 위해 법인 보험 대리점(GA)에 과도한 판매 인센티브를 지급한 탓에 다른 보험사도 울며 겨자 먹기로 따라나서야 했다”며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은 업계 전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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