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풍제약(019170)이 16일 오후 4시34분 배포한 ‘피라맥스 코로나19 유럽특허 획득’ 보도자료 속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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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날 신풍제약은 ‘유행성 RNA 바이러스 감염질환의 예방 또는 치료용 약제학적 조성물’ 유럽 특허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특허 주요 내용으로 피라맥스(피로나리딘 인산염-알테수네이트)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에 사용하기 위한 약제학적 조성물에 관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이 소식 직후 신풍제약은 연이틀 주식시장에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데일리는 18일 ‘효능 인정’을 앞세운 피라맥스의 유럽 특허 실체를 심층 취재했다.
특허엔 사람 데이터 없다…세포 6개+동물실험 1개가 전부
우선, 신풍제약이 취득한 특허가 실제 코로나19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집중 분석했다.
신풍제약이 유럽 특허 출원 과정에서 제출한 실험 데이터 모두가 코로나19와 관련 있는 것은 맞다.
관건은 신풍제약이 어떤 데이터를 제출했느냐다. 신풍제약은 총 7개 실험 데이터를 유럽특허청에 제출했다. 6개가 세포 실험이고, 1개가 동물실험(햄스터) 결과다. 임상데이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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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사에 근무 중인 한 연구소장은 “(신풍제약의) 실험들은 세포 및 동물 수준의 전임상 연구로, 약물의 기초적인 항바이러스 효과와 독성을 평가하는 단계”라며 “이 단계에서는 치료제의 기초적인 가능성만을 보여주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특허 등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로서 효능을 입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일침했다.
또 다른 신약개발 연구원은 “신풍제약이 제출한 7개 실험 결과는 피라맥스 성분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임상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뿐”이라며 “사람에게 실제로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임상시험을 통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 특허만 놓고 봐선 피라맥스가 코로나19 임상에 효능이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효능 부정된 약물들과 비교?
실험에서 사용한 비교 치료제들도 현 시점에서 보면 적절성에 의문이 생긴다.
신풍제약은 총 7번의 실험 중 3번째와 5번째 실험에서 클로로퀸(Chloroquine)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을 비교약으로 사용했다.
클로로퀸은 말라리아 치료제로 개발된 약물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클로로이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세포실험 데이터가 발표돼 주목받았다.
당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발언으로 일시적으로 관심이 급증했으나 다수 임상시험에서 효과가 없고 부작용 위험이 제기됐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세계 보건당국이 사용 권고를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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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원래는 말라리아 치료와 예방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현재는 전신 홍반성 루푸스, 류머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로 쓰인다. 클로로퀸과 비교해 독성이 낮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2020년 팬데믹 초기 세포실험에서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보고됐다. 이에 여러 나라에서 긴급사용승인이 내려졌고 임상시험도 진행됐다.
하지만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효과는 없었다. 대신 심장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두 약물은 팬데믹 초기엔 최적의 비교대상이었겠지만, 현 시점에선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코로나19 치료 효과가 부정된 약물들이 비교 약으로 선택된 셈”이라며 “당시 세포실험 단계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으나, 현재 기준으로는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데 전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효능 입증’ 착각 말아야…조성물 특허는 기술 보호용
마지막으로 조성물 특허의 의미다.
유제만 신풍제약 대표는 ‘피라맥스 코로나19 유럽특허 획득’에 대해 “이번 피라맥스의 유럽 특허 성과는 피라맥스의 코로나 질환 치료에 대한 신규성과 진보성이 인정돼 글로벌 권리화 기반이 확보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 법무법인 변리사는 “신규성과 진보성은 특허 요건 기준일 뿐”이라면서 “의학적 유효성이나 임상적 효능이 입증됐단 의미는 아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이어 “특허는 기술 신규성, 진보성, 독창성을 중심으로 심사한다”며 “안전성·효능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만, 이를 특허청이 검증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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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변리사는 “특허청이 해당 기술이나 약물 효과를 과학적으로 철저히 검증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특허 심사는 기본적으로 서류에 기반해 판단하기 때문에, 제출된 데이터 신뢰성을 일일이 따지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약사가 의약품을 특허 출원·등록하는 이유는, 기술 보호와 시장 독점 기간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며 “약 효능은 임상 결과를 토대로 식약처, FDA 등에서 검증받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제만 대표는 해당 특허 발명자로 주청 연구총괄(전무), 정현규 부장, 조금실 등과 함께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이번 특허 내용, 의미, 한계를 잘 알고 있다. 보도자료에 의례적으로 등장하는 대표이사 발언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신풍제약은 동일 특허를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중국,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유럽, 이스라엘, 일본, 한국, 멕시코, 페루, 필리핀, 미국 등 16개국에 출원했다.
이데일리는 신풍제약 측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대신 해당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한 홍보대행사로부터 “이번 보도자료 배포에 앞서 연구소 피드백을 받는 등 굉장히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면서 “보도자료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효능 인정’ 또는 ‘가능성’ 등의 (문구를) 굉장히 많이 검토하고 진행했다”고 답변을 들었다. “특허 출원 자료를 보고 보도자료를 쓴 것이 맞냐”는 질문엔 “네, 그럼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편, 피라맥스 코로나19 임상 3상은 한국 1388명, 칠레 32명 등 총 1420명 규모로 진행됐다. 신풍제약은 2023년 10월 피라맥스 글로벌 임상 3상 톱라인 발표에서, 1차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