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10월01일 07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살은 빼고 근육은 지킨다. 로슈가 비만치료 과정의 근육 손실을 보완할 후보로 개발하던 에뮤그로바트를 중단하면서, 한미약품(128940)이 로슈 자회사 제넨텍에 기술수출한 ‘HM17321’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HM17321은 근육을 보존·증가시키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힘을 쓰고 혈당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함께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개발 단계부터 기존 비만약과의 병용을 염두에 뒀다. 식욕을 낮춰 체중을 줄이는 약물에 HM17321을 더해 지방은 줄이면서 근육의 양과 기능을 함께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인영 한미약품 미래성장부문장(부사장)은 3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단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뿐 아니라 이중·삼중작용제, 인크레틴 이외의 다른 비만치료제까지 병용할 수 있는 것이 HM17321의 장점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로슈 역시 HM17321과 기존 비만약의 병용 가능성을 부각했다. 다만 에뮤그로바트 중단이 곧 HM17321의 우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로슈는 HM17321 도입 때문에 에뮤그로바트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 해당 후보의 임상 데이터가 개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
감량 넘어 체성분…HM17321 역할 부각
로슈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로슈 파마데이 2026’에서 HM17321과 인크레틴 계열 비만치료제의 병용 가능성을 부각했다. 인크레틴은 음식 섭취에 반응해 분비돼 인슐린 분비와 혈당 조절 등에 관여하는 장 호르몬이다. 기존 비만치료제들은 이 호르몬의 작용을 활용해 식욕을 낮추고 체중을 줄인다.
로슈의 비만치료제 포트폴리오에는 GLP-1·포도당의존성인슐린분비자극폴리펩타이드(GIP) 수용체 이중작용제인 ‘에니세파타이드’와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CT-996’이 있다. 여기에 인크레틴과 다른 호르몬인 아밀린을 활용한 ‘페트렐린타이드’도 개발하고 있다.
체중계의 숫자가 같아도, 무엇이 빠졌느냐에 따라 감량의 의미는 달라진다. 인크레틴 계열 약물은 식욕·포만감을 조절해 섭취량을 줄이지만 감량 과정에서 제지방 손실이 동반될 수 있다. 제지방은 체중에서 지방을 제외한 부분으로, 근육과 체수분·장기 등이 포함된다. 제지방 손실을 모두 근육 손실로 볼 수는 없지만, 근육까지 과도하게 줄면 근력과 신체 기능 저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반면 HM17321은 이들과 구별되는 비인크레틴 계열 유로코르틴-2(UCN2) 유사체다. 코르티코트로핀방출인자2(CRF2)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지방 감소와 근육 보존·증가를 함께 노린다. 로슈가 설명한 병용 전략은 인크레틴 계열 약물이 체중을 줄이는 동안 HM17321이 체성분 개선을 보완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최 부사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로슈도 체중 감량의 질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전임상이지만 충분한 데이터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추가적으로 지방에 더 특이적인 체중 감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HM17321은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근육량 증가가 곧 기능 개선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근육이 많아도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혈당 처리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최 부사장은 “근육은 힘을 쓰는 기계적 기능뿐 아니라 혈당 조절 등 대사적 기능도 중요한데, HM17321은 전임상에서 근육의 기계적·대사적 기능을 함께 확인했다”고 했다. 근육을 늘리는 데서 끝내지 않고, 늘어난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살폈다는 의미다.
로슈가 제시한 동물실험에서도 HM17321과 세마글루타이드 병용 시 추가 체중 감량은 주로 지방량 감소에서 나타났고, 제지방량은 소폭 증가했다. 마누 차크라바르티 로슈 심혈관·신장·대사질환 글로벌 제품개발 총괄 부사장은 “이 결과가 사람에게서 재현된다면 치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근육 성장의 ‘브레이크’와 ‘액셀’…다른 접근
|
로슈는 같은 행사에서 비만 항체 후보이자 근육을 겨냥해 HM17321의 내부 경쟁물질로 꼽혔던 에뮤그로바트(GYM329)의 개발 중단도 알렸다. 에뮤그로바트의 원개발사인 일본 주가이제약도 이날 로슈의 권리 반환 방침을 함께 발표했다. 에뮤그로바트가 빠지면서 로슈의 체성분 개선 전략에서 HM17321이 담당할 역할은 더 눈에 띄게 됐다.
에뮤그로바트와 HM17321, 이 두 후보물질은 근육을 겨냥하지만 출발점이 다르다. 에뮤그로바트는 근육 성장을 억제하는 마이오스타틴을 차단하는 항체다. 근육 성장에 걸린 ‘브레이크’를 푸는 방식이다. 반면 HM17321은 UCN2라는 근육의 에너지 사용과 포도당 대사 등을 조절하는 체내 펩타이드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한 후보물질이다. 근육 성장과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CRF2 수용체를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근육량과 대사 기능을 함께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다만 에뮤그로바트 중단이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 전체를 부정하는 결과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차크라바르티 부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에뮤그로바트 중단은 HM17321 도입 때문이 아니라 임상 데이터가 회사의 개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데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같은 마이오스타틴 억제 기전인 한미약품의 또 다른 비만신약 후보물질인 HM500197에 이번 중단을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HM500197은 펩타이드 기반으로, 항체 기반인 에뮤그로바트와 약물을 구성하는 분자의 형태와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향후 이러한 차이가 임상 효과의 우위로 이어지는지는 별도 검증이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한미약품은 이를 기존 비만치료제와의 병용 제형 개발에 유리한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경쟁 후보의 퇴장은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남은 후보의 성적표까지 대신 써주지는 않는다. 로슈 역시 경구용 비만약 CT-996의 위장관 부작용 논란과 페트렐린타이드의 감량 효과를 둘러싼 시장의 실망을 겪으며, 신규 후보 도입과 기존 후보 정리를 병행해왔다. HM17321 역시 전임상에서 확인한 지방 감소와 근육 보존 효과를 사람에게서 재현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HM17321은 한미약품이 오는 2027년 3월까지 임상 1상을 자체 진행한 뒤 임상 2상부터 제넨텍이 이어받아 개발을 주도할 예정이다. 다만 최 부사장은 향후 임상 1상 결과가 나오더라도 체중 감소 폭만으로 성급하게 HM17321의 성패를 판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기간에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비만약 후보물질의 경쟁력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임상 1상에서는 안전성이 가장 중요하고 투약 기간도 짧다”며 “4주 만에 체중이 너무 많이 빠졌다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비만약의 위장관계 부작용과 관련해서는 “HM17321은 그런 점에서도 장점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떡 한 알 6500원, 540팀 줄선 ‘한정선'…두 시간 기다린 맛 [먹어보고서]](https://image.edaily.co.kr/images/Photo/files/NP/S/2026/10/PS26100400049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