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닷새만에 소폭 하락 반전됐다. 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됐고 유로존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연방준비제도(QE3)의 3차 양적완화 약발도 소진되는 분위기였다.
17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40.27포인트, 0.30% 하락한 1만3553.10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5.28포인트, 0.17% 떨어진 3178.6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또한 전거래일보다 4.58포인트, 0.31% 낮은 1461.19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 열렸던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비공개 회의에서 스페인과 그리스 관련 해법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스페인의 10년만기 국채금리가 다시 6%대에 들어서는 등 시장 불안이 고개를 들었다. 또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3년반만에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미국 제조업 경기 둔화를 재확인시킨 것이 악재가 됐다.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며 에너지 관련주들이 부진했던 것도 한 몫했다. 다만 애플의 ‘아이폰5’가 선주문 첫날 200만대나 팔리는 등 사상 최대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다소 위안이 됐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소재주가 약세장을 이끌고 이동통신주는 소폭 상승했다. ‘아이폰5’ 판매 호조에 힘입어 애플 주가는 1.23%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어 700달러대를 눈앞에 뒀다. ‘아이폰5’를 출시하는 이동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존 등은 강보합권을 유지했다.
IRIS 인터내셔널은 대너허가 3억5500만달러에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무려 46% 가까이 급등했고, 대너허도 강보합 수준이었다. 웨이스트 커넥션스도 R360 인바이런멘털 솔루션즈를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11%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넷플릭스는 맥쿼리가 투자의견을 강등한 탓에 6% 가까이 하락했고 JP모간의 등급 강등 여파에 AK스틸과 US스틸, 클리프 내추럴 리소스 등이 4~7%씩 동반 하락했다. 알코아도 2.64% 하락했다.
◇ ‘아이폰5’, 사상최대 선주문..첫날 200만대 돌파
애플 ‘아이폰5’가 사상 최대 선주문 기록을 세우며 초반부터 인기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첫 날 판매량이 200만대를 돌파했고, 28일부터는 22개국에서 추가 출시되며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5’가 선주문 첫날 24시간동안에만 200만대 팔렸다”며 이는 이전 모델인 ‘아이폰4S’를 두 배나 앞지른 규모라고 밝혔다. 애플은 “현재 ‘아이폰5’에 대한 수요는 초기 공급속도를 앞지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선주문 물량 대부분이 21일 출시일에 맞춰 배송되겠지만 많은 물량은 다음달이 돼야 배송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기록 달성은 이미 선주문 첫날부터 예견됐었다. 애플이 지난 14일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아이폰5’ 선주문을 받기 시작한지 한 시간만에 초도물량이 바닥나며 제품 배송일이 출시일인 21일보다 늦은 28일쯤으로 늦춰지는 등 높은 인기를 확인시킨 바 있다. 이날 미국내 이동통신 사업자 가운데 하나인 AT&T도 ‘아이폰5’가 역대 최대 선주문 기록을 세울 것으로 전망했다. AT&T는 “아이폰 최신 버전인 ‘아이폰5’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며 “이번 주말 내내 ‘아이폰5’는 과거 선주문 가운데 최대 판매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같은 인기를 이어가기 위해 오는 28일에 22개국에서 추가로 ‘아이폰5’를 출시하기로 했다. 현재는 21일을 출시일로 해 미국 등 9개국에서만 1차로 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2차 출시국은 오스트리아와 벨기에, 체코,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리히텐슈타인,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뉴질랜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이다.
◇ 美 엠파이어지수, 3년반래 최악..제조업 ‘악화’
뉴욕 제조업 경기가 예상밖의 부진을 이어갔다. 두 달 연속으로 경기 위축세가 이어졌고 3년 5개월만에 최악의 상황을 보이며 제조업 경기도 둔화되고 있음을 재확인시켰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뉴욕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9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마이너스(-)10.41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8월의 -5.85는 물론이고 시장에서 예상했던 -2.0을 크게 하회한 것이다. 특히 지수가 경기 확장과 위축을 판단하는 기준치인 제로(0)를 두 달 연속으로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세가 확대되고 있음음을 보여줬다. 아울러 이는 지난 2009년 4월 이후 3년 5개월만에 최악이었다.
세부 항목별로는 고용지수가 4.26으로, 8월의 16.47에 비해 크게 악화된 가운데 신규주문은 -5.50에서 -14.03으로 하락했다. 신규주문지수는 지난 2010년 11월 이후 최악이었다. 반면 6개월후 경기여건지수는 15.20에서 27.22로, 제품가격지수는 16.47에서 19.15로 각각 높아졌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는 미국내 지역별 제조업경기지수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돼 미국 제조업경기를 읽을 수 있는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 짐 오닐 “연준, 고용에 무게..실업수당지표 주목하라”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는 연방준비제도(Fed)의 3차 양적완화는 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이라는 두 가지 정책목표 가운데 고용에 더 무게를 둔 것이라며 앞으로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종전보다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모기지담보증권(MBS)에 국한된 양적완화가 국채로 확대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이날 오닐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연준은 지난주 예상보다 더 강한 부양기조를 보였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정상적인 상황하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의 두 가지 목표(듀얼 멘데이트)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양적완화를 ‘실업률이 안정될 때’까지라는 전제 조건하에서 실시함으로써 고용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시사했다”며 “연준은 이로써 자신들에게 부여된 두 가지 정책목표간 균형을 깬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이는 3차 양적완화로 인해 자칫 야기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덜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로 비친다”고도 지적했다.
오닐 CEO는 이같은 연준의 스탠스 변화로 투자자들은 앞으로 매주 목요일 발표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더 유심히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준은 매달 자산매입 규모에 대해 재검토하기로 한 만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자산매입을 더 해야할지를 결정할 수 있는 가장 즉시적인 잣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닐 CEO는 또 “연준은 현재 모기지담보증권(MBS)에 대해서만 매입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안정돼 있다면 이는 국채로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휘발유 가격과 곡물가격이 뛰고 있지만, 이는 연준이 정책에 활용하는 근원물가에는 포함되지 않으며 근원물가는 연준의 목표치인 2% 내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무디스, 내년 글로벌 자동차판매 전망 하향
무디스 인베스터스서비스가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율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유럽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예전만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무디스는 내년도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올해에 비해 2.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종전 1월에 예상했던 4.5% 성장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올해 판매량 증가율 전망치는 4.4%다.
무디스는 서유럽에서 자동차 수요가 올해 3% 증가하겠지만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3%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남부유럽에서도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자동차 판매 수요 증가를 견인해온 중국에서도 내년에 수요 증가가 8.5%에 그쳐 종전 전망치였던 10.0%에 비해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자동차 판매 감소로 인해 내년에는 더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유럽에서의 과도한 생산능력을 줄이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봤다. “판매량 증가세가 2% 미만으로 더 낮아지거나 가동률과 영업이익이 악화된다면 전망은 오히려 ‘부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