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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에서 안상구 역을 맡은 이병헌이 한 대사다. 사람이 하는 일에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고 시간을 되돌리고 싶지만, 이미 지난 일은 깨끗이 잊고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영화 대사지만 명언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2036년 하계 올림픽 국내 유치도시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올림픽 유치 실패에 낙담하지 말라는 뜻에서다. 만약 서울이 국내 유치도시로 결정이 됐다면 오 시장의 행보에도 파급효과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또 하나의 치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정치에 집중할 때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당장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어서다. 특히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다른 여권 대선주자와 마찬가지로 오 시장도 시간이 없다. 2개월 내에 유권자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대선이었다면 당내 경선과정과 TV토론 등을 통해 자신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지만 조기 대선 국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두 달 남짓 동안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하는 동시에 각종 논란·의혹들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오 시장은 법조계와 대학 강단, 여의도 정가를 두루 경험하고 행정가로서의 능력도 갖춘 전지전능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시장으로서는 서울런, 기후동행카드, 손목닥터9988 등 ‘킬러정책’ 뿐 아니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조성, 부동산 규제 완화, 다산콜센터 설립 등 굵직한 정책사업을 완수했다. 서울지하철에 스크린도어를 도입한 것도 오 시장의 작품이다. 올해에는 또 하나의 킬러정책으로 오는 5월 ‘한강버스’를 도입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게 ‘서울 AI페스타 2025’도 지난 8~9일 개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오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서울시장 경험이 많다. 서울시가 모든 국가 기능을 거의 갖고 있다”며 오 시장의 경륜을 추켜세우기도 했다.
탄핵정국의 소용돌이 속에 여권 주자로서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은 분명하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오 시장에게 달렸다. 일각에서는 여러모로 불리한 차기 대선보다 차차기를 노리는 게 낫다고 한다.
그러나 정치인에게 ‘다음’이라는 단어가 없듯이, 한 번 마음 먹었으면 선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 오 시장에게는 ‘별의 순간’이 온 것이다. 지난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었고 오 시장은 후발주자였고 지지세도 미미했다. 하지만 당의 전폭적인 지원과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통해 드라마틱하게 선거에서 승리하며 제38대 서울시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오 시장의 또 다른 장점은 기성 정치인들과 달리 호불호가 강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캐릭터가 밋밋하다고 볼 수 있으나 중도 확장성을 염두에 뒀을 때 장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반목하는 정치에 진저리가 나 있다. 이제는 진영을 불문하고 진정한 대통합 시대를 이룰 리더를 바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