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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합리적 온건 세력 존재할 다당제 필요" [만났습니다①]

김유성 기자I 2025.04.07 05:05:00

"탄핵의 일상화, 극단적 대립 정치에서 비롯"
"강대강 충돌 줄일 온건 세력 갈라져 나와야"
"중대선구제로 개편, 책임총리제 도입 필요"
"이재명과 회동? 그럴 일 없다" 선 그어

[대담=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정리=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합리적 온건 세력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당제가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이자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 전 총리는 최근 정치의 극한 대립 구도를 비판하며 다당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정치 구조를 넘어 그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 총리는 지난 3일 이데일리 유튜브 프로그램 ‘신율의 이슈메이커’에 출연해 한국 정치의 과제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탄핵이 너무 일상화됐다”며 “강대강 대결 구도가 이러한 사태를 반복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해법으로 “양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다당제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하는 개헌도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구상하는 다당제 모델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거대 양당이 각각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뉘는 4당 체제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그는 “강경파와 온건파가 각각 독립적인 정당으로 분리되면, 필요에 따라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전 총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회동을 제안하더라도 응하지 않겠다”며 “만나서 해결할 만한 사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줄곧 윤석열 정치와 이재명 정치가 함께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선을 그었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낙연 전 총리
다음은 이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대선이 열린다. 어떤 정당이 집권해도 상당히 힘든 시기를 보낼 것 같다.

“우선 각 정당은 지지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결과를 받아들이자고 말해야 한다. 물론 당장은 큰 효과가 없을 것이고, 시위와 집회가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역할만큼은 반드시 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지지자를 선동하는 일은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는 정치의 금기이자, 모든 정파가 공유해야 할 원칙이다. 시위와 저항이 있더라도 이를 안정적으로 수습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탄핵이 진행됐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탄핵이 너무 일상화된 것 같아 우려스럽다. 과거에는 장관에 대해서는 해임 건의안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지 않더라도 그것으로 갈음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 같은 수준의 사안에 대해서도 탄핵소추가 남발되고 있다. 탄핵이 의결되면 곧바로 직무정지가 되기 때문에 이 제도를 절제 없이 사용할 경우 어떤 정부도 정상적으로 기능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 같은 대결 구도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다당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총리와 분산하는 개헌도 필요하다.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은 양당 중심의 강대강 대결 구조를 다당제를 통해 깨뜨리는 일이다. 보다 온건하고 합리적인 세력이 좌우 양쪽에 존재해야 한다. 그 세력들이 완충 역할을 해줄 수 있어야, 정치적 충돌과 사회적 분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국민의 분노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은 반드시 끊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회에 다당제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구체적으로 4당 체제(보수 온건·강경, 진보 온건·강경)가 오히려 나을 수 있다. 연대나 연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강경파와 온건파가 분리되면 일부 세력은 서로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김대중의 민주당은 포용적인 정당이었다. 요즘에는 그런 정당이 보이지 않는다.

“나 역시 과거에 협치라는 말을 꺼냈다가 당내에서 비난을 받은 경험이 있다. 정작 바깥에서는 협치를 요구하면서 당 안에서는 그 말을 꺼내기만 해도 몰매를 맞는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협치 문화 개선을 요구해봤자 소용이 없다. 차라리 양 진영 모두 강경파와 온건파로 (한번 더) 분리되는 것이 낫다. 선거구제 역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후보자들이 보다 자유롭게 정치적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각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지금 국민들이 내각 책임제를 수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기 때문이다. 그런 불신 속에서 국회가 행정부까지 장악한다고 생각하면 국민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대통령제에서도 국회의원이 장관이 되는 사례가 많지 않나?

“그렇다. 그래서 내각 책임제적 요소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지금의 문제는 총리에게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총리는 국회가 선출하여 권력을 분점하는 형태가 중간 단계로 적절하다고 본다.”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이 여전히 분배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국민들은 성장에 대한 여망이 높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성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다는 것은 ‘많은 국민들이 현재의 삶에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미래에 대해서도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성장이 없이는 현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절박감이 누적되어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심리적 배경은 청년층의 보수화와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층의 보수화를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지?

“그렇다. 특히 남학생들의 경우에서 그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보수화 현상과 ‘성장이 중요하다’는 여론이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된다.

“전체 여론조사에서도 성장이 중요하다는 응답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더 큰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며칠 전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마친 후 한 남학생이 다가와 질문을 했는데 인상 깊었다. 그는 “청년층이 보수화, 심지어 극우화까지 지적받고 있는데, 총리님은 이를 어떻게 보시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라고 답했다. 질문자는 다소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연스럽다’는 표현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된다. 첫째는 경제가 어려워 어쩔 수 없이 그런 흐름이 생겼다는 것, 둘째는 민주당이 청년들에게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책임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우리는 성장의 필요성을 말한다. 그러나 성장 동력은 어디서도 쉽게 찾아지지 않고 있다. 이 점은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은 좌절감, 폐색감, 막막함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 속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보수 쪽에 기대려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라 본다.”

-지금처럼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 대표로서는 부담이 클 것이다. ‘도움을 청해야겠다’며 총리님께 정중히 만나자고 요청한다면?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특별히 만나서 해결할 만한 사안이 현재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줄곧 윤석열 정치와 이재명 정치가 함께 청산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입장을 가진 내가 만나서 무언가를 해결한다는 것은, 그 주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다. 만남으로 인해 내 입장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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