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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표준안 발표 지연, 전체회의 난항
6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주재하는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협의회’ 전체회의는 지난달 13일 개최된 이후 3주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에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어 내달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정규직 전환하는 10개 정부청사 비정규직은 청소·경비 등 2426명(현원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당초 지난주에 열기로 했던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다음 전체회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공지조차 못 한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임금 관련한 협의가 늦어질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에서 임금체계 표준안 발표가 없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월까지 표준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작업이 수월하지 않아 지연됐다”며 “11월 말까지는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책 발표가 늦어지자 현장에선 임금 수준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행안부가 마련한 임금표(기본급 기준) 설계안을 확인한 결과, 정규직 전환 시 일반직종 사원의 기본급(일반사무·청소·안내 등 군미필자 다급 기준)은 월 157만3770원으로 책정됐다. 기술직종(시설·통신·승강기·조경)까지 포함하면 사원의 최고 기본급은 167만3000원(기술직종 군필 다급 기준)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면 이 같은 기본급에 수당이 포함된다. 상여금(100만원), 식대(월 13만원), 복지포인트(연 40만원)가 추가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에 1인당 월 20만원 정도 월급이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정부청사는 사원(1926명·79.4%)에서 대리(주임)·부장·점장으로 갈수록 임금이 올라간다.
◇비정규직 반발 “무늬만 정규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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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비정규직 관계자는 중앙부처·지자체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에 대해 “그동안 중앙부처가 시중노임단가를 인정하지 않은 데다 최저낙찰가로 용역업체를 정했기 때문”이라며 “매년 예산 부족 타령에 ‘쥐꼬리 임금’만 받는 우리가 공무원의 노예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를 반영해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의 상황은 딴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청사 비정규직을 이렇게 높여주면 다른 공공기관까지 여파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 규모는 20만5000명이다. 재정당국 입장은 보다 강경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처우개선은 재원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렇게 비정규직 임금이 오르면 9급 공무원이 되려고 애쓰는 청년들 입장에선 허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 ‘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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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자에게 모두 기존 호봉제를 적용하면 공공부문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소속 기관에 따라 임금 격차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호봉제 임금체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직무급제를 핵심으로 하는 ‘임금체계 표준안’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직무급제를 도입할 경우 호봉제를 선호하는 노동계의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기득권을 쥔 노동계의 반발에 따라 임금체계 표준안 마련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정규직 전환=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5000명(올해 7만4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환 대상은 1단계로 853개 기관(중앙부처·지자체·공기업 등)에 상시·지속적인 업무(연중 9개월, 향후 2년 이상)에 종사하는 기간제, 파견·용역 근로자다. 정부는 서울·광주·국회 사례처럼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하고 이 업체에 지급하던 10~15% 이윤·관리비 등을 활용해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기로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민간인 신분은 그대로 유지돼 공무원연금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정년은 60세(청소, 경비 등 고령자 친화직종은 별도 설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