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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최근 지난해 우리나라 순대외금융자산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발표를 내놨습니다. 일본, 중국, 독일 등 대외순자산 규모 상위국과 비교해 아직 그렇게 많다고 볼수는 없지만, 제2의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올 가능성이 극히 낮아졌다는 해석 나옵니다.
외환보유고보다 규모가 커진 것도 처음입니다. 경제 위기 발생시 민간의 대응 능력이 중앙은행 못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같은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가진 국가가 된 것은 불과 5년 안팎에 불과합니다. 지난 2014년 9월 우리나라는 금융부채보다 금융자산이 많은 순자산국(대외금융자산-대외금융부채) 상태로 올라섰습니다. 이후 2017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늘었습니다. 지난해 말 순대외금융자산은 4130억달러로 전년 대비 1513억달러 증가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렇다면 순대외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이 외환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순대외금융자산은 거주자의 비거주자에 대한 금융자산(대외투자)에서 금융부채(외국인투자)를 제외한 잔액입니다.
우리나라 거주자들의 해외에 대한 직접투자, 주식·채권 및 파생상품 투자잔액에서 해외 거주자들이 우리나라에 투자한 돈을 뺀 겁니다. 순대외금융자산이 플러스라는 건 쉽게 말해 한국이 해외에서 받아야하는 돈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가령 우리나라 경제가 위기를 맞아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돈을 빼가더라도 우리가 가진 해외 자산이 더 많기 때문에 국내로 들여오면 되는 만큼 외환위기때처럼 해외에서 돈을 빌려 막을 필요가 없어진 것이죠.
이렇게 우리나라가 순대외자산국이 된 이유는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쌓여 그동안의 경상수지 누적 적자 규모를 상쇄했기 때문입니다. 2014년 3분기 이전만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줄 돈이 더 많았습니다. 2014년 6월 마이너스 105억달러였던 순대외금융자산은 그해 9월 통계 작성(1994년) 이후 처음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277억달러 많은 ‘순자산국’으로 전환했습니다.
경상수지와 순대외금융자산은 어느정도 일치합니다. 다만 경상수지가 유량(Flow)이라면 순대외금융자산은 저량(Stock) 개념이라는 것이 차이입니다.
경상거래에서 수출액이 수입액보다 많아 흑자가 되면 벌어들인 외화로 외국에 진 빚을 갚거나 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죠. 그에 비례해 투자잔액도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주가나 환율 등을 고려하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론적으로 경상수지와 순대외금융자산의 숫자는 맞아떨어져야 합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연간 기준으로 보면 1998년 흑자전환 이후 21년간, 월간 기준으로는 81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순대외금융자산은 2015년 2045억달러, 2016년 2811억달러로 증가했습니다. 2017년 2671달러로 소폭 줄어들긴 했지만, 지난해 말엔 4130억달러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또 지난해는 사상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4027억달러)를 103억달러 초과한 것도 눈길을 끕니다. 순대외자산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같은 대외건전성의 강화는 환율 안정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글로벌 충격이 올 경우 자산을 팔아서 부채를 갚고도 돈이 남기 때문에 우리나라 부도 리스크를 낮추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