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데뷔 18년, 뮤지컬배우로는 13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아이비(본명 박은혜·41)가 자신을 신인으로 소개할 줄 몰랐다. 이유가 있다. 지난 7월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2시 22분-어 고스트 스토리(A Ghost Story)’(이하 ‘2시 22분’)로 생애 첫 연극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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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엄청난 양의 대사가 큰 부담이었어요. 이 작품은 배우들끼리의 ‘티키타카’가 많거든요. 상대방 대사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하죠. 그만큼 대본을 달고 살았어요. 지금도 쉬는 날이어도 공연장에 와서 대본을 봐요. 공연 전엔 배우들과 한 번씩 맞춰보며 긴장을 놓지 않고 있어요.”
‘2시 22분’은 매일 새벽 2시 22분에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소재로 하는 공포 연극이다. 그 기이한 현상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이가 바로 제니다. 관객은 제니를 통해 작품이 전하는 공포를 고스란히 체감한다. 그만큼 배우로서는 감정 표현이 중요한 역할이다.
작품 속에서 제니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자신의 아이를 해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 공포와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아이비는 이를 표현하기 위해 아리 애스터 감독의 영화 ‘유전’을 참고했다.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는 기괴한 사건과 이를 막으려는 어머니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아이비는 “엄마로서의 공포와 두려움을 어느 정도 수위로 표현해야 할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실 연극은 오래전부터 하고 싶었어요. ‘시카고’에 처음 출연했을 때, 록시가 긴 독백을 하는 장면을 하면서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연기의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억지스럽지 않으면서도 흥미를 유발하고, 감동과 재미가 있는 연극을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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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가 처음 뮤지컬계에 뛰어들었을 때만 해도 공연계에서는 가수 출신 뮤지컬배우를 선입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비는 이런 선입견을 깨고 무대에 잘 정착한 사례다. ‘2시 22분’의 제작사인 신시컴퍼니와 오랜 기간 여러 작품을 함께 하면서 겸손함을 배운 덕분이다. 아이비는 “어떻게 보면 낙하산처럼 뮤지컬을 시작한 건데, 신시컴퍼니는 그런 저를 오히려 배려해 주고 가르쳐줬다”며 “지금도 연예인 출신이라는 티를 내지 않고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이비에게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 뜻대로 안 되면 더 좌절하게 되잖아요.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 해요. 제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주어진 것에 즐거움을 느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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