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영의 메디컬와치]독감 유행엔 이유가 있다…지금이라도 백신 접종

안치영 기자I 2025.01.08 00:08:47

독감 유행, 백신 접종률 떨어지면 찾아와
백신, 예방·중증 완화…초봄 재유행 가능성
무료 접종 확대 예산 좌초…정책 재추진해야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독감이 2016년 이후 유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개인 방역 완화와 감염병 주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낮아진 백신 접종률 또한 ‘쎈 독감’이 찾아온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다면 봄철 독감 재유행 걱정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린이와 65세 이상 어르신 대상 독감 백신 접종률이 지난해 동기간 대비 낮다.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66.7%(2024년 12월 31일, 1회 접종자 기준)로 전년 대비 1.8%포인트 감소했다. 65세 이상 어르신은 전년 대비 2.2%포인트 감소한 80%에 머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문제는 2024년~2025년 절기 독감 백신 접종률이 사실상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보통 독감 백신 접종은 대부분 12월까지 진행돼 다음 해 1~3월 접종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대로라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역대 최소 접종률을 기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독감 유행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전세계 대유행) 이후 인적 교류가 늘어난 반면, 개인 방역은 느슨해졌다. 여기에 코로나19 기간 동안 백신에 대한 신뢰성이 의심받으면서 백신을 꺼리는 사례가 늘었다. 예년보다 소폭 감소한 독감 백신 접종률이 이를 증명한다.

한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백신 접종률이 높은 해에는 독감 유행 규모가 크지 않은데, 점차 독감에 대한 경각심이 사라지면서 독감 백신 접종률이 떨어진다”며 “이후 어느 시점까지 접종률이 떨어지면 독감이 크게 유행하는데 그다음 해에 독감 백신 접종률이 급증하는 루틴이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백신은 건강한 성인 기준 70~90% 독감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독감 백신은 감염 예방 이외에도 중증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의사협회저널에 따르면 소아 독감 백신의 예방 효과는 50%를 넘어선다. 응급실 방문하는 사례도 비접종자 대비 52.8% 수준이었다. 비중증 입원 치료 위험과 중증 입원 위험도 또한 비접종자보다 각각 52.3%포인트, 50.4%포인트 낮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는 대개 초겨울과 초봄이다. 초봄에는 현재 유행 중인 A형 독감이 아닌, B형 독감이 유행할 가능성이 좀 더 크다. 특히 초봄은 개학 시즌이기 때문에 학생을 중심으로 재유행한다. 이번 독감 유행 역시 7~18세가 유행을 주도했다. 다른 연령대보다 환자 발생률이 약 2배 높다.

독감과 같은 호흡기 감염병을 막기 위해선 유행 차단과 고위험군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 유행 차단을 위해선 전파 가능성이 큰 7~18세의 독감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이와 함께 고위험군은 중이염과 세균성 폐렴 등 독감 합병증으로 인해 입원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고위험군에 대한 독감 백신 접종 또한 필요하다.

이와 관련,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25년도 예산안 검토 당시 독감 백신 국가예방접종 대상자를 기존의 65세 이상에서 60~64세와 50세 이상 만성질환자까지 확대하고 예산도 174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와 야당의 강대 강 대치 속에 증액 예산이 전부 반영되지 않았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향후 좀 더 안전한 국가 방역 체계를 만들기 위해 접종 대상자 확대가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료=질병관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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