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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지난 현재 법 개정 본래의 의미는 퇴색했다. 유통산업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동안 대형마트만 유독 과거의 족쇄를 달고 뛰며 경영난을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커머스가 체급을 불리는 사이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집합제한 조치를 거치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경영난에 못 이겨 폐점하는 곳이 속출했지만 대기업이라고 긴급 재난지원금 사용처에서도 제외됐다. 요즘 배달 플랫폼도 흔하게 하는 새벽배송 서비스도 할 수 없었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자유 경쟁 시장에서 경영을 잘못해서 망하면 당사자의 책임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 플랫폼인 이커머스가 제한 없이 영업을 하는데 한쪽은 휴점하는 날과 영업시간까지 규제를 받는다면 역차별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해당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닌 대형슈퍼마켓이나, 대형 식자재마트가 규모를 키우며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더욱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 최근 전통시장마저도 서울 몇몇 지역을 중심으로 고질적인 물류 문제를 선진화하며 새벽배송 서비스를 속속 시작하고 있다.
전통시장·소상공인 보호라는 애초의 명목이 무의미해졌다.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이용하는 건 아니라는 조사결과는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한 달에 두 차례, 쇼핑하기 편한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쉬다보니 대형마트 주변상권은 오히려 활기를 잃었다. 지난해 어느 지역에서는 대형마트가 경영난으로 점포를 정리하겠다고 발표하자 주변 소상공인들이 피켓을 들고 ‘영업중단 결사반대’를 외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가 우선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 권한을 가진 지자체를 중심으로 풀기로 했고 이를 이행하는 지자체가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결국 이 문제는 ‘여론’과 ‘표’에 따라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를 통해 자리에 앉게 되는 지자체장들이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무일을 조정하는 데엔 분명 한계가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법 개정이라는 ‘쾌도난마(快刀亂麻)’다. 대통령실이 지난 7월 국민들을 대상으로 총 10가지 ‘국민제안’ 투표를 받았을 때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57만여표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그만큼 국민들의 공감대도 상당 부분 무르익었다는 의미다. 지자체에 이 문제를 맡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해엔 시대착오적인 법안을 현실에 맞게 재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