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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협동조합의 순기능을 살리자

최은영 기자I 2025.01.20 05:30:00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 자영업 관련 지표들이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다. 자영업 대출 연체율이 급등하고 폐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 대출이 1000조원을 넘는 상황에서 관련 부실의 급증은 금융불안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폐업 급증에 따른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비용 역시 크게 늘고 있다. 자영업 위기는 자영업자의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을 안겨준다.

경쟁이 심각한 자영업 시장에서 자영업자가 줄어들어야 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그 속도가 너무 빠르면 경제가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장기적이면서 점진적인 자영업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자영업 구조조정과 출구전략의 훌륭한 도구로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자영업 관련 협동조합이다. 2012년 제정한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인 이상의 조합원만 있으면 법인격을 갖는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하다. 소수의 자영업자들이 모여 공동이익을 위한 기업을 설립하는 것이 아주 쉬워진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농협, 수협 등과는 다른 영세 기업들을 위한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자영업자 혼자서는 누릴 수 없는 여러 이점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이점은 다양성 효과다. 자영업은 홀로 경영하는 업이다. 그러다 보니 자영업자 혼자 경영 관련 모든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분야에서 만능맨이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그러기가 쉽지 않다. 각각의 경영 요소에 강점을 지닌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서로 간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규모가 커지는 데 따른 규모의경제 효과와 네트워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순기능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협동조합은 인기가 많다. 법이 생긴 지 10여 년 만에 협동조합 수가 2만 6000개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양적 성장 이면에는 질적 한계라는 그늘도 존재한다. 부실하게 운영하거나 아예 운영하지 않고 있는 협동조합도 상당수 존재한다.

실패한 협동조합이 많은 근본 이유는 협동조합의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전통적 의미의 협동조합이 효율보다 형평의 가치가 우선하는 조직이라고 한다면 자영업 기반의 협동조합은 효율성의 담보 위에서만 지속가능하다. 일반 기업과 다를 바 없다. 시장에서 선택받은 협동조합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조합원 간에 이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가 있어야 앞서 언급한 협동조합의 순기능이 비로소 작동한다. 수익모델과 조합원 역할에 대한 명확한 설계 없이 정부지원을 받는 정도의 용도로 협동조합을 이해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협동조합 생태계는 이제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고도화에 집중하는 개혁적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협동조합 정책 역시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문제는 개혁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정부의 협동조합에 대한 정책 관심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 협동조합 관련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고 협동조합 정책 주무 부처 규모도 축소됐다. 시장을 중시하는 현 정권의 입장에서는 협동조합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반시장적 이미지를 떠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주도하는 시장에 기반한 협동조합의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협동조합 생태계 일부에서 비시장적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고 한들 그것이 협동조합 전체의 역할을 부정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오히려 발전적 개혁을 위해 정책적 관심을 더 가지는 것이 마땅하다.

협동조합이 가지고 있는 순기능이 십분 발휘돼 질적 성장을 이루려면 협동조합 업계와 정부 양쪽 모두의 인식과 자세 전환이 절실히 필요하다.

올해는 마침 유엔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다. 협동조합 재도약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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