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HLB(028300)에 인수된 제노포커스는 HLB제넥스(187420)로 사명을 바꾸면서 새 출발을 알렸다. 앞서 HLB와 HLB파나진, HLB생명과학, HLB테라퓨틱스 등 7개 그룹사는 인수와 증자 등으로 제노포커스 지분 26.48%를 확보했다. 인수규모는 800억원이다.
기존 제노포커스(Genofocus)는 ‘유전자’(gene)에 ‘집중한다’(focus)는 의미를 갖고 있었지만, 제넥스(Genex)는 유전자(gene)를 기반으로 ‘다음’(next)를 준비하고 동시에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Expert)가 되겠다는 보다 복합적인 포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HLB제넥스는 국내 유일 산업용 특수 효소 생산기업이다. TSMC를 비롯한 세계 1·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에 반도체 공정용 ‘카탈레이즈’(Catalase)를, 글로벌 유제품 기업들에 프리바이오틱스의 일종인 갈락토올리고당을 만드는 효소인 ‘락토스’(Lactase)를 각각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HLB제넥스 매출액은 254억원, 영업손실은 4억원이다.
이미 산업용 효소 분야에선 1위지만, HLB제넥스는 효소를 넘어 소재와 완제품도 직접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HLB 그룹 품에 안기면서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게 된 만큼 그룹 내 계열사들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독점적 소재로 글로벌 기업 도약”
회사는 올해 효소를 넘어 새로운 소재 개발과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화장품 소재로 수요가 급증하는 세라마이드 전구체 ‘파이토핑고신’과 뼈 건강에 필수적인 비타민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타민K2’가 대표적이다.
HLB제넥스는 현재 자회사 GF퍼멘텍을 통해 피부장벽에 중요한 성분으로 알려진 세라마이드의 핵심 원료인 파이토핑고신을 크로다코리아(옛 솔루스바이오텍)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HLB제넥스는 파이토핑고신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회사는 새로운 세라마이드 소재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공급하는 세라마이드 NP보다 기능성이 더 뛰어난 천연 세라마이드 NG도 조만간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라마이드는 구조에 따라 세라마이드 EOP, NS, NG, NP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NG가 피부에 가장 많이 있다. 하지만 단가가 비싸고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만 천연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을 만큼 기술 장벽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HLB제넥스에 따르면 현재 세라마이드 NG 기술 개발 막바지 단계이며, 개발 성공 시 글로벌 기업에 독점 공급하거나 완제품 형태 화장품 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바이오 헬스케어 소재인 비타민K2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비타민 성분이다. 비타민K2는 동맥에 칼슘이 쌓이는 것을 막아 심혈관질환 예방에 좋다. 또 칼슘이 혈관에 쌓여 석회화되지 않고 뼈로 흡수되는 데 중요한 역할하기 때문에 뼈 구성에 필수적이라고 알려진다.
HLB제넥스는 국내 최초로 친환경 분리공법인 ‘초임계추출법’을 이용해 활성도가 높은 천연 비타민K2를 전 세계 세 번째로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글로벌 프리믹스 비타민 1위 기업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17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비타민K2를 건기식 원료로 인정하면서 비타민K2를 활용한 제품이 하반기부터 국내에서도 본격 출시되고 있다.
김의중 대표는 “HLB그룹 내에 완제품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업부들이 있어 협업을 할 예정이다”며 “앞으로 국내 뿐 아니라 유럽, 미국, 동남아 등 해외에서 완제품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올해 키워드 ‘M&A·흑자전환’
HLB제넥스는 하반기 안으로 회사 인수합병(M&A)을 마치고, 연간으로는 흑자전환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M&A와 관련해서는 현재 HLB제넥스가 하는 사업과 무관하지 않으면서도 곧바로 매출을 낼 수 있는 회사들을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는 설명이다.
김도연 대표는 “효소 쓰이는 분야가 식품, 제약, 환경, 화장품, 농축산 등 다양하다 보니 여러 분야 회사들을 후보군으로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회사, 곧바로 매출을 낼 수 있는 회사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M&A를 마치면 구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소재 기업이 될 것인지에 대한 윤곽도 잡힐 전망이다.
김의중 대표는 “현재 전 세계 산업용 효소 1위 기업이 비만약 개발사로 잘 알려진 노보 노디스크의 계열사 노보자임스다. 이 회사가 덴마크 1위 유산균 회사 크리스찬 한센과 합병을 하면서 종합 식품 원료 회사가 됐다”며 “또 어떤 효소 기업은 화학 회사에 인수가 돼서 기존 화학 산업을 바이오 화학으로 바꾼 경우도 있다.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갈 지에 대해 HLB 그룹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