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딛고 마침내 점프..아름다운 빌리들의 '감동 스텝'

윤종성 기자I 2021.11.18 05:25:00

[리뷰]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탄광촌 광부 아들, 발레리노 성장기 담아
공연 90% 이상 이끌어가는 주인공 빌리
1년 6개월의 훈련 거쳐 발군의 기량 뽐내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4년 만에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1980년대 영국 북부 탄광촌을 배경으로 광부 아버지를 둔 소년 빌리가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그린다. 갈등을 딛고 꿈을 향해 매진하는 드라마틱한 모습 속에서 진한 부성애와 친구간의 우정, 광산 노동자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어우러져 감동의 진폭이 크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경찰과 노동자들이 대치하는 파업 현장과 평화로운 발레 수업을 병치한 ‘Solidarity’ 장면(사진=시신시컴퍼니)
탄광촌이라는 배경과 장기 파업 등의 소재가 국내에선 낯설 수 있지만 그 안에 내재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애환, 어린 소년의 꿈과 희망은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특히 탄탄한 드라마 속에서 발현되는 긴박하고 역동적인 발레 안무가 175분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붙든다.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경찰과 노동자들이 대치하는 파업 현장과 평화로운 발레 수업을 병치한 ‘Solidarity’(솔리대리티, 연대)가 대표적이다. 정부와 노동자, 남성성과 여성성, 꿈과 현실이 끊임없이 부딪히는 상황을 보여주면서도, 무대 위 전 배우들이 “모두 다 같이”, “영원히”를 부르짖으며 연대와 결속을 염원하는 모습이 강렬하게 각인된다.

이외에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소년 빌리가 성인 빌리와 함께 2인무를 추는 ‘Dream Ballet’(드림 발레) △오디션에 가지 못하게 된 빌리가 분노하며 탭댄스를 추는 ‘Angry Dance’(앵그리 댄스) △춤이 주는 짜릿한 느낌을 전기에 빗대 발레와 현대 무용으로 표현한 ‘Electricity’(일렉트릭시티) 등 뇌리에 박히는 명장면이 수두룩하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소년 빌리와 성인 빌리가 2인무를 추는 ‘Dream Ballet’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빌리 엘리어트’는 전체 공연의 90% 이상을 주인공 빌리가 무대에 올라 연기하고 춤추는 만큼 빌리의 역량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번 시즌 코로나19 속에서 1년 6개월간 혹독한 훈련을 거쳐 무대에 오른 4명의 빌리는 발군의 기량과 저마다의 개성으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김시훈 군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춤선을, 이우진 군은 엄청난 체력과 에너지를 과시한다. 전강혁 군은 동급 최강의 발레 실력이, 주현준 군은 타고난 리듬감과 끼가 장점이다.

가슴 따뜻한 이야기에 아름다운 음악과 환상적인 춤을 덧씌워 완벽하게 무대에 스며든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많은 이들이 ‘인생영화’로 꼽는 동명의 원작 영화(2000)를 뛰어넘는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다. 150cm가 안 되는 작은 키에 변성기도 지나지 않은 앳된 아이가 펼쳐내는 열정의 무대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사랑, 배려, 이해 등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극 전반에 지문처럼 묻어있어 보는내내 훈훈하고 뭉클하다. ‘기적의 소년’ 빌리가 건네는 감동의 잔향이 오랫동안 깊게 배인다.

이번 시즌 네 명의 빌리 외에 조정근, 최명경,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김시영, 오세준, 김명희, 이선태, 김명윤. 강현중, 나다움, 성주환, 임동빈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내년 2월 2일까지 디큐브아트센터.

★★★★☆(4년 만에 찾아온 관람 기회, 놓치면 후회!)

※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Finale 장면(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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