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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금감원 보는 신평사 상하향배율 기준 ‘제각각’…부도 놓고 고무줄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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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엄 기자I 2026.07.12 07:05:07

등급 변동 보고서내 상하향배율 기준 천차만별…직접 비교 불가
한신평 하향에 부도 포함, 한기평은 제외…나신평은 혼용 표기
상하향배율 1.2배→1.0배…''상승우위'' 뒤집는 부도 변수 무시
제이알글로벌 등 강등 사례 수두룩한데…당국·신평사는 ''관성적'' 잣대<...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김연서 기자] 국내 신용평가 3사가 공시하는 ‘신용등급 변동 현황'의 핵심 지표인 ‘상하향배율’ 산정 기준이 기관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신용평가사는 부도에 해당하는 D등급 기업을 하향 건수에 포함시키지 않는 반면, 일부 신용평가사는 D등급을 포함시키면서 3사 간 직접적인 상하향배율 비교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통일된 잣대 없이 기관마다 엇갈린 수치를 내놓으면서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AI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12일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신용평가 3사는 연 1회 공시하는 ‘신용등급 변동 현황’ 보고서에 상하향배율을 반영하면서 하향 건수에 부도 기업을 반영하는 방식을 각기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상하향배율은 신용등급이 상향된 기업 수를 하향된 기업 수로 나눈 값으로, 1배를 밑돌면 시장 전반의 신용도가 저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분모가 되는 하락 건수에서 가장 치명적인 악재인 부도(D) 기업을 제외할 경우 상하향배율이 실제보다 높게 산출돼 시장 상황이 양호해 보이는 착시를 일으킨다.

현재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부도를 포함시키는 데 반해 한국기업평가(034950)(한기평)는 전면 제외하며, NICE신용평가(나신평)는 두 기준을 혼용하고 있다. 해당 자료가 단순한 시장 공시를 넘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협회에 제출돼 당국의 거시적 리스크 모니터링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혼란의 여지가 큰 상황이다.



핵심 지표 엇갈려도…당국 모니터링은 ‘사각지대’

3사의 기준이 이처럼 엇갈리지만, 이를 걸러낼 별도의 검증 장치는 마련돼 있지 않다. 신평사들이 금감원에 제출하는 정기 업무보고에는 개별 기업의 등급 변동 내역만 담길 뿐, 시장 전체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하향배율은 별도로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당국조차 신평사들이 자체적으로 공표하는 통계에 의존해 거시적 크레딧 동향을 파악해야 하는 처지다. 핵심 지표가 이처럼 중구난방으로 산출되고 있어 정확한 리스크 진단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신용등급 변동 현황에 앞서 최근 발표된 각 신평사의 상반기 정기평가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고무줄 잣대’는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신평은 상반기 장기 신용등급 변동을 집계하며 ‘하향(부도포함)’ 기준을 명시해 부도 업체를 하락 건수에 합산했다.

같은 기간 한기평은 ‘하락(부도제외)’이라고 표기하며 장·단기 하향 통계에서 부도 기업을 원천 배제했다. 나신평 역시 하향 리스트에 부도 강등 기업을 포함해 기재하는 등 3사의 통계 기준이 완전히 엇갈렸다.

부도 건수를 전면 배제한 한기평의 보고서는 통계 왜곡의 맹점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한기평은 상반기 장기 신용등급 변동에 대해 상승 17곳, 하락 14곳(부도 제외)으로 집계하며 상하향배율 1.2배의 '상승 우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해당 하락 통계에 제이알글로벌리츠(348950), 제이티비씨, 중앙일보 등 실제 발생한 장기등급 부도 업체 3곳을 정상적으로 반영하면 하락 업체는 17곳으로 늘어난다. 상하향배율이 1.0배로 떨어지면서 한기평이 강조한 상승 우위 기조 자체가 성립하지 않게 된다. 단기등급 통계 역시 부도 업체 7곳을 포함해 다시 계산할 경우 하락 건수가 급증해 상향우위가 하향우위로 결과값이 완전히 바뀐다.

예년처럼 부도 기업이 소수에 불과할 때는 이 같은 통계적 결함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의 경우 상반기에만 다수의 부도가 쏟아졌다는 점이다. 우량 등급으로 분류되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A- 등급에서 하루아침에 D등급으로 추락하는 등 돌발적인 신용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한 만큼 선행지표인 상하향배율 엇박자가 리스크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주석 기재해 문제없다”는 당국…시장선 “탁상행정”

관리·감독 책임을 진 금융감독원은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나이스와 한기평이 하향 통계에는 부도를 포함하지 않았더라도 본문과 표 하단 등에 부도 건수를 구분해서 명기하고 있다”며 “일부러 기재를 누락했거나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닌 만큼 시장 상황을 왜곡했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크레딧 시장의 시각은 당국의 인식과 상당한 온도 차이를 보인다. 기관 투자자들이 크레딧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과 분위기를 파악할 때는 구석에 적힌 주석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보다, 공시된 상하향배율 등 직관적인 '헤드라인 수치'를 우선적으로 참고하기 때문이다.

통일된 잣대 없이 제각각 공표되는 통계에 시장 참여자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에도, 이를 방치하는 당국의 태도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자 행정편의주의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예년부터 관성적으로 이어져 온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을 뿐, 당국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다 보니 신평사마다 제각각 다른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근처럼 불확실성이 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서둘러 명확한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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