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입체녹화'로 열섬현상 줄여야[최종수의 기후이야기]

최종수 기자I 2025.01.13 05:00:00
[최종수 환경칼럼니스트] 우리나라는 연일 한파 소식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구 반대편 호주에서는 40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잠시 더운 날씨가 부러울 수도 있지만 유난히 길고 무더웠던 지난여름을 떠올려 보면 벌써 내년 여름 걱정이 앞선다. 이는 기후위기가 더 이상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추운 겨울에도 지구 반대편의 폭염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축물로 채워진 도시는 한여름 주변 녹지보다 더 많은 열을 축적해 도시 전체를 뜨겁게 달군다. 도시의 온도분포를 그려 보면 중심부는 온도가 높고 주변 지역으로 갈수록 온도가 점차 낮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이러한 모습이 마치 바다에 떠있는 섬처럼 보인다고 해서 열섬현상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 심화하면서 열섬현상은 심각한 도시문제를 야기한다.

오산 마을정원(사진=경기도)
도시의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해결책은 명확하다. 쉽게 뜨거워지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대신 녹지를 늘리는 것이다. 공원 등 도심 속 녹지 면적을 확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가용 부지가 부족한 도시에서 새로운 공간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마치 땅이 부족하면 바다를 메워 새로운 땅을 만들어내듯 도시에서는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새로운 녹지를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옥상녹화와 벽면녹화 같은 입체녹화 기술은 ‘도시 간척사업’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시 산하 연구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의 건축물 옥상면적은 약 166㎢로 서울 면적의 25%에 해당한다. 이 중 옥상녹화가 가능한 면적은 약 55㎢로 여의도 면적(2.9㎢)의 약 20배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옥상녹화가 이루어진 면적은 전체 가능 면적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시의 입체녹화 기술이 갖는 잠재력을 고려할 때 이제는 ‘도시 간척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전통적인 옥상녹화는 건물 옥상에 토양층을 조성하고 식물을 심는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 방법은 건축물에 과도한 하중을 발생시키고 공사 기간이 길며 유지 관리가 어렵다. 이와 같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최근 이끼를 활용한 옥상녹화가 주목받고 있다. 이끼는 토양 없이도 자랄 수 있어 건축물에 하중 부담을 줄이고 유지관리가 쉬운 특징이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이끼를 이용한 옥상녹화를 통해 건물의 실내온도를 3℃ 이상 낮추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한 온도 저감 효과는 에너지 소비 감소와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천 상동도서관에 조성된 그린커튼.(사진=경기도)
도시의 녹지 공간 창출을 위한 또 다른 대안으로 벽면녹화를 들 수 있다. 옥상녹화가 건축물의 옥상으로 적용 공간이 한정되는 반면 벽면녹화는 건축물 외벽뿐 아니라 방음벽, 다리 교각, 옹벽 등 다양한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다. 벽면을 녹화할 경우 여름철 건물 외벽의 온도는 15℃ 이상 낮아지며 이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이어진다. 특히 벽면녹화는 미세먼지를 흡착하고 여과하는 능력이 뛰어나 도시 대기질 개선에도 상당한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입체녹화는 도시 경관을 개선하고 소음을 줄일 뿐만 아니라 빗물 저류 기능을 통해 도시 홍수 예방에도 기여한다. 더불어 도시민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탄소 배출을 저감하는 등 다양한 환경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도시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입체녹화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참여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옥상녹화 지원 사업’을 통해 건물 녹화 면적을 확대하면서도 건물 소유주의 설치비용 부담을 줄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정책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벤치마킹할 만하다. 시민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옥상 텃밭을 가꾸거나 벽면녹화를 조성하는 등 개인과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도시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입체녹화는 도시의 열섬현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존의 유휴공간을 녹지로 바꾸는 이러한 시도가 단순한 기술적 접근을 넘어 도시의 환경 회복력을 높이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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