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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1차 방어전' 성공 가능성 커졌지만…분쟁 초장기전 불가피

김성진 기자I 2025.01.20 05:30:01

국민연금,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찬성''
최윤범 측, 주총 앞두고 유리한 고지 점해
영풍 측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판단 중요
경영권 방어 가능성 ↑…분쟁은 초장기전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집중투표제’를 막판 반전 카드로 제시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사실상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으면서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막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집중투표제는 국민연금이 몇 년 전부터 도입 확대를 추진해온 대표적인 주주친화 정책으로, 최윤범 회장이 여기에 승부수를 띄운 것이 제대로 먹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만약 영풍 측이 법원에 제기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경우 경영권 분쟁 구도는 최 회장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흐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연금,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표

19일 업계에 따르면 법원은 영풍 측이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결을 이번 주초 내놓을 예정이다. 23일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 최대한 빨리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MBK·영풍 연합이 경영권 분쟁 승기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반대로 기각될 시 최 회장 측이 방어에 성공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작년 11월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한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지난 17일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집중투표제란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소액주주들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 용이한 제도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집중투표제 도입을 확대를 위해 노력해왔다

결과적으로 집중투표제는 최 회장 측이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집중투표제는 새로 선임되는 이사의 수가 5명이라면 주식 1주를 가진 주주는 5표를 행사할 수 있고, 이 표를 한 명에게 몰아서 행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즉 특별관계자 수가 53명인 최 회장 측은 주식 1주로 1113표의 의결권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 이사회에 신규 이사 14명을 새로 진입시켜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MBK·영풍 연합의 전략을 막기 위해 최 회장이 꺼내 든 회심의 카드다.

최 회장은 주주들의 가치 제고도 고려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주주들을 설득하고,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 어떤 공약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집중투표제를 생각했다”며 “오로지 주주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경영권 방어 가능성↑…분쟁 초장기전 양상

국민연금은 집중투표제 찬성과 함께 이사회 이사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고려아연 측 안건에도 찬성표를 던졌다. 고려아연 이사회는 현재 12명(성용락 사외이사 사임)으로 구성돼 있는데, 14명을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하려는 MBK·영풍 연합의 계획이 사전 차단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지로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 안건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은 의결권 기준 46% 수준의 지분을 확보했지만, ‘3%룰’을 적용받으면 의결권은 24% 수준으로 파악된다. 반대로 고려아연 측의 일반 의결권은 20% 수준이지만, 3%룰에 따르면 56%(우호세력 포함) 수준에 이른다. 집중투표 도입 안건은 일반적인 표결과 다르게 주주별 의결권이 3%로 묶이는 ‘3%룰’로 진행된다. 게다가 이는 특별 결의사안으로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미 지분 5.4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고려아연 안건에 찬성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나머지 소수주주 중 약 5% 수준의 찬성표만 더 필요한 셈이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더라도 분쟁 자체는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영풍 연합이 지분 40.9%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 최 회장 측보다 지분율도 7~8%포인트(p) 앞서고 있어 장내 추가매수 등 지속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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