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붕 교수 "포노사피엔스 시대 도래"..韓은 구한말

김유성 기자I 2017.06.05 05:17:36

스마트폰 대중화, 인류 뇌구조·시장 변화 주도 `4차산업혁명 시대`
제조업 신화 한국, 미국과 중국 앞서가는 `신문명` 뒤쳐질까 걱정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도구가 출현하면서 인간 뇌 구조는 물론 시장까지 혁명적 변화를 맞게 됐다. 4차산업혁명시대다. 그런데 한국은 100년전 구한말 시대와 다르지 않다.”

국내 주요 4차산업혁명 주창자인 최재붕(52)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노사피엔스의 출현으로 제조업 중심의 시장은 격변을 겪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한국은 정부의 규제와 기존 업계의 이해 관계로 4차산업혁명 시대 적응에 뒤늦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최 교수가 언급한 포노사피엔스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인류를 뜻하는 사회학적 단어다. 현대 인간의 학명(學名) ‘호모사피엔스’의 패러디일 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석기·청동기·철기·증기기관·컴퓨터처럼 인간의 생활을 변화시켰다는 뜻이다.

그는 “불과 1~2년 사이 10억명 이상의 소비자가 소비 행동에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혁명적인 변화는 불과 짧은 시간 동안에 같은 정보를 보고 같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한국인들은 스마트폰 사용에 200분을 쓴다”며 “다른 통계에서 우리 30대들은 하루 4.6시간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이후 5년간 개인당 정보 검색량은 50배 늘었다”며 “뇌가 정보를 보는 순간 (해당 정보를 뇌 속으로) 복제한다고 보면 생물학적 뇌 활동량이 50배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전세계인의 생활도 비슷해졌다.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쇼핑하고, 결제하는 등의 생활 패턴이 예다. 최 교수는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보고 있다”고 단언했다.

변화의 중심은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이다. 포노사피엔스로 대변되는 신인류의 시간을 지배하는 플랫폼이다.

최 교수는 “이들 플랫폼 기업이 수백조원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수천조원의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한 이런 포노사피엔스 중심 산업 생태계는 과거와 전혀 다르다”고 진단했다. 시장 혁명의 시작이면서 4차산업혁명의 촉발점이다.

4차산업혁명 선도 국가는 미국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미국에서 나왔다. 자동차 공유 기업 우버나 숙박 공유 에어비엔비처럼 기존에 없던 모바일 기반 비즈니스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 다음은 중국이다. 텐센트 등 중국 IT기업들은 미국의 서비스 산업을 빠르게 벤치마킹하고 있다. 개인정보 사용에 관한 규제도 약하다. 드넓은 시장에 쌓이는 데이터도 엄청나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 나란히 성장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반면 한국은 19세기 ‘구한말’과 비슷하다는 게 최 교수 시각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전부 규제로 얼룩져있다”며 “해외 기업을 글로벌 악덕기업이라는 2분법적 사고로 신문명이 못들어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비근한 예로 지난 2015년 우버의 불법화를 들었다. 콜택시와 우버를 구분하지 못한 구(舊)인류의 실수라는 진단이다. 국내 플랫폼 기업 카카오가 성장하지 못한 까닭도 복잡하게 얽힌 규제 때문이다.

그는 “새 정부에서 4차산업혁명에 관련된 여러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아직 국회에서는 얘기조차 할 수 없다”며 “자칫 (제조업 시대) 지난 30년간 쌓아온 과업이 한순간에 미끄러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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