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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무슨, 넷플이나 보죠”…고환율에 늘어난 ‘집콕족’

박동현 기자I 2025.01.27 08:00:00

비상계엄 이후 환율 고공행진…연휴에도 ''1400원대''
직장인 절반, 설 연휴 계획에 "집에서 쉬겠다" 응답
해외여행 대안으로 ''OTT 몰아보기'' 선택

[이데일리 박동현 기자] “휴일이 길면 뭐 하나요. 집에서 드라마나 봐야죠”

직장인 정모(25)씨는 최장 9일간 이어지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도 ‘집콕’을 택했다. 4년째 구정마다 해외에 다녀왔다는 권씨는 “성수기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연휴 땐 늘 여행으로 힐링했는데 올해는 환율이 도저히 감당 안 되는 수준”이라며 “힐링하려 간 게 되레 한숨 쉬게 될까 봐 그냥 집에 있겠다”고 밝혔다.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정씨처럼 황금연휴를 맞고도 여행을 선뜻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평상시 연휴 때를 틈타 해외로 나가던 이들은 이번 설 연휴에 ‘집콕’을 선언하는 등 긴축에 돌입하며 이전과는 다른 조용한 연휴 맞이를 보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프로)
원·달러 환율은 12·3 비상계엄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설 연휴를 맞은 27일에도 여전히 1400원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환율이 주간거래 기준 1472.5원까지 오르기도 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1450원’ 선마저 넘기기도 했다.

이렇게 한번 치솟은 환율이 두 달째 1300원대로 내려올 기미가 안 보이자 직장인들의 해외여행 의지도 한풀 꺾인 모습이다. 작년 가을부터 해외여행을 위해 이번 설 연휴만 바라보고 있었다는 직장인 박모(32)씨는 “환전을 미리 해두지 않고 여행 한 달 전부터 준비해서 갈 생각이었다”며 “12월 초부터 갑작스럽게 환율이 폭등한 탓에 이번엔 별달리 비행기에 타지 않고 집에서 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씨와 같이 설 연휴를 맞아도 해외여행을 포기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설문에서도 드러났다. 롯데맴버스의 자체 리서치 플랫폼 ‘라임’은 전국 20대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번 설 연휴 계획으로 ‘집에서 쉰다’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고 22일 밝혔다. 설문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계획을 묻는 질문에 가정 내 휴식(49.7%), 고향·부모님댁 방문(31.6%)이라는 답변이 차례를 이었다. 반면 해외여행(4.3%), 당일치기 나들이(3.4%), 호캉스(1.2%) 등 여행과 관련된 항목에서는 응답이 저조했다.

해외여행 대신 환율 영향이 적은 국내로 눈을 돌린 사람들도 이어졌다. 설문조사 플랫폼 나우앤서베이가 만 20세 이상 직장인 패널 900명에게 ‘만약 설 연휴 기간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떤 여행 형태를 택할 것인지’ 질문한 결과, 절반에 달한 47.4%(427명)가 국내 여행을 꼽았다. 이에 반해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답한 사람은 13.9%(12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8.7%(348명)는 여행 계획이 없다고 답하며 여행 계획으로 들뜨던 여느 때의 설 연휴 모습과는 다른 분위기를 보였다.

여행을 포기한 사람들은 해외여행 대안으로 ‘OTT 몰아보기’를 꼽았다. 그간 바빠서 시청하지 못했던 영화와 신작 드라마 등을 연휴 기간 동안 몰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여행을 포기한 직장인 허모(28)씨는 “일부로 ‘별들에게 물어봐’, ‘오징어게임2’ 등을 안 보고 아껴놨다”면서 “원래 여행 자주 가던 주변 친구들도 이번엔 몰아보기에 동참해 같이 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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