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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이 9일(이하 현지시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는 지난 4∼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제12차 회의를 열어 한국의 유교책판과 이산가족 생방송 기록물을 심사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이를 추인해 등재를 확정했다.
‘한국의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책판이다.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718종 6만 4226장으로 현재는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유학자의 문집, 성리서, 족보·연보, 예학서, 역사서, 훈몽서, 지리지 등이다.
유교책판은 선학과 후학이 책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텍스트 커뮤니케이션의 원형이다. 국가 주도로 제작돼 종교적인 목적을 담은 한국의 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과는 달리 각 지역의 지식인 집단들이 시대를 달리해 만든 것. 수록 내용도 문학을 비롯해 정치, 경제, 사회, 대인관계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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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책판’과 ‘이산가족 생방송 기록물은 지난 1월과 4월 열린 세계기록유산 소위원회에서 등재 권고를 받아 등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당초 6일 오후 발표 예정이었지만 중국이 제출한 난징대학살 문건과 일본군 위안부 자료를 둘러싼 중일 간 외교적 갈등으로 최종발표가 미뤄졌다.
한편 중국이 제출한 난징대학살 문건도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정됐다. 난징대학살 문건은 일본군대가 1937년 12월 난징을 점령한 이후 6주간 난징 시민과 무장해제한 중국 군인들을 학살한 사실과 1945년 이후 전쟁 범죄자의 재판 관련 기록물을 아우른다.
반면 중국이 함께 신청한 1931년부터 1949년까지 생성된 일본군 위안부 자료는 등재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일본은 시베리아에 억류됐던 일본군 포로의 귀환 관련 자료인 ‘마이즈루 항구로의 귀환’과 교토의 사찰인 도지(東寺)에 소장된 고문서 등 2건을 등재했다.
유네스코는 이번 IAC 제12차 회의를 통해 60여개국이 신청한 88건 중 47건을 새롭게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했다.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을 시작으로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동의보감, 5·18민주화운동 기록물,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 등 모두 11건을 보유해왔다. 이번 추가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세계기록유산은 모두 13건으로 늘어났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고문서 등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하여 1997년부터 2년마다 세계적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선정하는 사업. 서적(책)이나 문서, 편지 등 여러 종류의 동산 유산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