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는 1년에 2번씩 일본에 나가서 시장조사를 했어요. 이젠 일본뿐 아니라 미국, 프랑스 등 전 세계에서 한국 뷰티 시장을 보고 배우죠.”
최홍찬 제이엘씨인터내셔날 대표는 ~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K뷰티가 세계 뷰티 트렌드를 선도한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19년간 화장품 사업이라는 한우물만 판 뷰티 전문가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K뷰티의 위상이 차츰 높아지는 걸 몸소 체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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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중소 화장품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뒤 홈쇼핑 상품기획자(MD)를 거쳐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국내 ‘빅4’ 홈쇼핑 2곳에서 뷰티 전문 MD를 지낸 그는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꼽힌다.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한 유명 뷰티 브랜드도 한 두 개가 아니다.
그는 뷰티 브랜드를 발굴·육성하면서도 언젠가부터는 뿌듯함보다는 아쉬움이 컸다고 했다. 뷰티에 대한 근본적인 갈증이 채워지지 않은 탓이다. 결국 그는 2017년 회사를 나와 자신의 브랜드 ‘더마픽스’를 선보였다.
최 대표는 “홈쇼핑 MD 업무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브랜드를 만나고 상품을 기획·개발했다”며 “그때마다 아쉬웠던 게 국내 브랜드는 콘셉트만 존재하지 오리지널리티(originality·고유성)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곡물 발효 성분인 ‘피테라’ 등 좋은 원료를 내세운 화장품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에는 왜 원료에 대한 오리지널리티가 없는지 고민한 끝에 성분 본질에 집중한 브랜드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그 때 그가 주목한 원료가 콜라겐이다. 최 대표는 “콜라겐은 피부의 70%, 진피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노화 방지의 근간이 되는 성분”이라며 “당시 시중에는 콜라겐을 0.001% 정도 함유한 화장품만 존재했다. 콜라겐을 주 원료로 내세운 화장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콜라겐 100%’ 화장품을 만든다는 목표로 세계 10대 콜라겐 전문기업들을 찾아다녔다. 콜라겐 분자가 피부 속까지 침투하려면 분자량이 500Da(달톤) 이하여야 한다는 그의 집념에서다. 500Da은 머리카락 굵기 10만분의 1, 모공 크기의 9억 9700만분의 1 크기에 해당한다. 수많은 시도 끝에 그는 2019년 이탈리아 ‘이탈젤라틴’으로부터 500Da의 콜라겐을 독점 공급받게 됐다.
최 대표는 “세계 10대 기업을 돌아다녀도 500Da 정도의 분자량을 요구하는 업체가 없어 어렵다는 답변뿐이었다”며 “이탈젤라틴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원료 3만t을 보증 계약하라는 요구사항이 달렸다”고 회상했다. 이어 “초기 기업으로선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라고 자신했다.
◇6배 비싼 마스크팩, 해외서도 통했다
어렵게 구한 원료를 적용한 첫 제품은 ‘더마픽스 콜라겐 마스크팩’. 2018년 11월 첫 출시 직후 최 대표의 직장생활 시절 연봉을 한 달 만에 올려준 ‘효자상품’이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과 매출은 각각 5000만장, 2000억원에 달한다.
마스크팩 한 장 가격은 6500원으로 시중 저가 제품과 비교하면 최대 5~6배 차이가 나지만 ‘오리지널리티’를 소비자들도 알아차린 셈이다.
해외에서도 수요가 늘며 더마픽스는 콜라겐을 역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현재 중국, 일본, 베트남 등 7개국에 수출 중이며 지난해 매출 400억원 중 100억원이 해외 매출이다. 올해는 미국, 유럽 등 서구권 공략을 본격화해 수출 규모를 200억원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최근에는 유망 중소·벤처기업의 해외 진출 가속화를 돕는 중소벤처기업부의 ‘K전략품목 어워즈’ 사업에 선발되며 가능성을 높였다.
최 대표는 “K뷰티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K뷰티 열풍에 힘입어 해외 무대를 확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음 목표는 ‘비욘드 콜라겐’(콜라겐을 넘어)이다. 콜라겐을 기본으로 하되 제품군을 확장하려 한다”면서 “성분에 대한 집착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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