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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결산)①노대통령 외교력 빛났다

김윤경 기자I 2005.11.20 09:00:00

매끄러운 회의진행..시간배분·결론도출 탁월
`부산선언`·`WTO DDA 특별성명` 등 채택
4강 정상회담..동맹 강화·경제협력 확대

[부산=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제13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노무현 대통령 외교력을 대내외에 알린 좋은 계기가 됐다. 

노 대통령은 의장인 자신을 포함, 21개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대형 국제회의인 정상회의를 두 차례 주재했고, 공식 오찬이나 만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다자외교 무대에서 활약했다. 

APEC 지역내 무역 및 투자자유화 등을 위한 `부산선언`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특별성명`을 채택한 것은 경제외교에서의 역량을 증명해 준 구체적 성과였다.  

한 자리에 모인 정상들로부터 우리의 문제인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9.19 공동성명`의 성실한 이행을 위한 `북핵관련 의장 구두성명`을 발표한 것은 의장의 이슈 리드능력을 확인하게 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문제와 직결된 주변 강대국 정상들과의 회담에서도 북한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공조를 재확인했고,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선 역사인식 문제를 놓고 이견을 확인했지만 역시 북핵 공조에 있어선 확고히 한 방향임을 확인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도출했다.

◇원활한 회의진행..적절한 시간조절 돋보여

노 대통령은 18일 부산전시컨벤션센터(BEXCO)에서 가진 제1차 정상회의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각국의 발언 기회를 적절히 조절하는 한편, 토론된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매끄러운 진행 솜씨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짧게 환영 인사말을 건넨 뒤 바로 의제협의에 들어가는 실용감각을 보여줬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시작으로 20개국 정상들에게 차례로 발언 기회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자유토론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자유토론 이후 토의 내용을 정리하면서 1차 정상회의 결론을 도출했다.

조기숙 청와대 홍보수석은 "회의주재 능력 가운데 특별히 중요한 것은 흩어진 의견들을 하나로 모아 결론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노 대통령은 평소 회의에서도 이런 면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19일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 열린 제2차 정상회의에선 `부산선언`과 `WTO DDA 특별성명`에 이어 `북핵관련 의장성명` 등 굵직한 성과를 따냈다.

특히 `WTO DDA 특별성명`의 경우 전세계 경제 규모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APEC의 역량을 기반으로 정상급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애초 WTO DDA는 2004년까지 끝내야 할 협상이었으나 반세계화 충돌 등을 겪으며 난항을 겪어왔다. 이런 시점에서의 특별성명 채택은 12월 홍콩에서 열린 WTO 각료회의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회의에서도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폴 마틴 캐나다 총리는 DDA와 관련한 특별성명의 내용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노 대통령은 이를 적절히 조율, 결론을 이끌어 냈다는 후문이다.

◇`4강외교` 주력..북핵공조 재확인

노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 회담을 가졌다.

우선 APEC 정상회의 참석 전 경주에서 가진 한미정상회담은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장관급인 `동맹 동반자 관계를 위한 전략협의체`(SCAP)를 내년 초 출범키로 확정짓는 등 한미동맹 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의 발전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지난 6월 노 대통령의 워싱턴 실무방문 당시 가진 정상회담에서 `정례적 장관급 협의체`를 거론했을 뿐 구체화되지 못했던 `전략대화`를 설치킼로 하면서 미국과의 관계는 일본, 중국, 호주 수준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9.19 북경 공동성명`의 구체적 이행 합의를 위한 의지를 확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주 북경 5차 6자회담 1단계 회의 직후 이번 회담이 열러 정상 차원에서 6자회담을 평가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시의적절한 회의였다"며 "2단계 회의에서 `9.19 공동성명`의 이행 위한 구체적 실천계획을 마련토록 하는 외교적 노력에 박차를 가하도록 하는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비자면제 프로그램 혜택에 대한 보다 구체적 논의의 계기를 마련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 정상들과의 회담에선 북핵문제는 물론, 경제통상 협력 등을 심도깊게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가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에 시장경제지위(MES)를 부여한다고 공식 발표했고, 오는 2012년까지 양국 교역액 2000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확인하는 등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했다.

APEC 폐막후 가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도 양국간 경제통상 협력 관계를 강화키로 하는 내용의 행동계획을 체결했다.

우리 정부는 러시아에도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키로 했으며, 에너지와 우주부문, 정보통신,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도 행동계획에 담았다.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선 역사인식과 관련해 이견이 팽팽했지만 북핵 문제에 있어 지속적인 공조 방침을 확인했다는 점은 평가받을 만 하다.

◇동남아·남미 정상들과도 개별회담..경제협력 `박차`

노 대통령은 이밖에도 페루, 브루나이, 베트남, 호주, 인도네시아, 캐나다, 칠레 정상들과도 만나 양국 현안을 논의하는 등 APEC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다지고 실질협력을 강화하는데도 힘썼다.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은 "양국간 실질적인 상호 이익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개별회담이 사실상 알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브루나이와는 내년부터 재시작되는 5개년 경제개발 계획 가운데 약 10억달러가 투입될 예정인 전자정부 사업에 한국의 투자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의견을 나눴다. 

한-베트남,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에선 내달 있을 아세안(ASEAN)+3에서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상품분야 타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받았다. 

하워드 호주 총리로부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호주가 경제적 지원을 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노네시아 대통령과의 만남에선 외국인 노동자 문제 해결에 양국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극화 해소` 등 대통령 지론 재차 강조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 기간중 APEC 최고경영자회의(CEO Summit)이나 정상선언 등을 통해 국가내, 그리고 국가간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평소의 신념을 강조했고, 일본에 대해선 야스쿠니 신사참배, 역사교육, 독도 문제 등에선 한치의 용인도 있을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양극화는 사회통합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비를 위축시켜 궁극적으로는 시장의 축소와 투자위축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양극화 해소가 필수이며 이는 세계화에 반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도 주변 관련국은 물론, 참가한 회원국들의 인식 공유를 이끌어내면서 `북핵외교`에 있어서도 상당한 점수를 얻었다.

노 대통령은 2차 정상회의에서 정상들과 함께 한반도 문제를 논의하고 6자회담에서 검증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최근 긍정적 진전을 이뤄냈으며, 추가적인 실질적 진전, 특히 제4차 6자회담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권장하는 내용의 북핵성명도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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