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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홍콩으로 간 서울옥션이 두 달 만에 제자리를 찾았다.
28일 홍콩 완차이 그랜드하얏트호텔서 진행한 서울옥션 홍콩경매는 낙찰률 77%를 써내며 지난 3월의 67.79%보다 9.2%p 상승한 성과를 냈다. 출품한 87점 가운데 67점이 거래되며 낙찰총액은 140억원(9716만홍콩달러)을 기록했다. 두 달 전 한한령에 막혀 저조했던 성과를 다시 뒤집은 결과다. 이른바 ‘홍콩반전’이다.
서울옥션의 이번 홍콩경매 결과는 지난해 홍콩서 최고의 성과를 냈던 4월의 낙찰률 76.3%도 넘어선 것이다. 당시 김환기의 ‘무제’(1970)가 48억 6750만원(330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낙찰총액을 141억원(9497만홍콩달러)까지 끌어올렸던 것에 비해 이번 경매는 그간 단색화에만 주목했던 관심을 분산시킨 의의도 챙겼다.
가장 큰 성과는 미디어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과 한국 근대 대표화가 김흥수(1919∼2014)의 재발견에 모인다. 우선 백남준은 10년 묵은 체증을 내려보냈다. 1996년에 제작한 비디오설치작품 ‘수사슴’이 6억 6000만원(460만홍콩달러)에 팔리며 10년 만에 작가의 최고가를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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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사슴’은 100만홍콩달러서 호가를 시작해 치열한 경합 끝에 시작가의 4배를 웃도는 가격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전까지 백남준의 최고가 작품은 ‘라이트형제’(Wright Brothers). 2007년 11월 크리스티홍콩경매서 54만달러(6억 474만원)에 낙찰된 바 있다.
‘수사슴’은 높이와 길이가 1m 남짓한 사슴 모양의 동물모형에 네 개의 TV 모니터를 단 작품이다. 백남준의 예술에서 중요한 코드로 쓰인 성(sex)을 소재로 한 것으로 모니터 영상에 수영복을 입은 모델을 넣어 화제가 됐다. 빨갛고 긴 전구로 표현한 사슴의 뿔과 꼬리는 백남준 특유의 성적 은유를 유머러스하게 드러내는데 그의 작품 중 몇 안 되는 동물로봇이기도 하다. 꼬리가 박힌 사슴 엉덩이 부분에 한글·영문·한자 등 세 개의 서명이 함께 들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날 경매에서 처음 나온 김흥수의 ‘파천’(1989) 역시 작가 최고가를 경신하며 주목받았다. 시작가 210만홍콩달러에서 출발, 가격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며 5억 5000만원(380만홍콩달러)의 낙찰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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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술시장에 처음 선보인 ‘파천’은 ‘하모니즘 작가’로 불리는 김흥수 특유의 표현력을 담고 있는 작품. 하모니즘은 구상과 추상의 이질적인 두 화면을 조화시켜 조형미를 극대화한 방법론을 말한다. 음과 양의 조화를 중요시하는 동양사상이 모태다. ‘파천’ 역시 두 화면을 나눠 정신을 담은 왼쪽의 추상, 육체를 묘사한 오른쪽의 구상을 한 프레임에 꾸렸다.
김환기의 점화는 여전히 강했다. ‘4-Ⅵ-74 #334’가 21억원(1450만콩달러)에 새 주인을 만나며 이번 경매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김환기가 세상을 떠난 해인 1974년에 제작한 ‘4-Ⅵ-74 #334’는 블루블랙을 주조로 톤 다운한 색조가 화면 전반을 채우고 있어 기존의 투명함을 무게감이 누르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화면 중앙 하단에 붉은 하트 도상이 눈길을 끄는데, 어머니의 정을 그리워한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경매는 해외에 흩어져 있던 한국 고미술품을 대거 국내에 환수하는 데도 성공했다. 출품한 9점 중 8점을 한국인이 응찰 받아 의미를 더했다. 가장 치열한 경합은 조선시대 빚은 ‘백자양각장생문육각병’을 두고 벌어졌는데 결국 4억 1690만원(290만홍콩달러)을 부른 응찰가에게 돌아갔다. 지금까지 국내에 알려진 달항아리 중 최고 높이인 54.5㎝로, 10억∼20억원의 추정가로 기대를 모았던 ‘백자대호’는 끝내 유찰돼 새 주인의 손을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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