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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최수환)는 이날 오후 2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법원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한다.
이 전 법원장은 서부지법원장 시절인 2016년 8~11월 사이 서부지법 소속 집행관사무소 사무원들의 비리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 정보를 빼내 이를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보고한 혐의로 2019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전 법원장이 수사 확대를 막기 위해 소속 직원들을 시켜 법원에 접수된 영장청구서를 복사하고, 영장전담판사들에게 영장 관련 내용을 기획법관이던 나모 판사에게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재판장 김래니)는 1년 6개월 동안의 심리 끝에 지난해 9월 “이 전 법원장 혐의 전부를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전 법원장이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지시나 부탁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수사 확대 저지를 위한 어떤 조치를 실행하거나 마련한 사실이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당시 영장청구서를 복사해 나 판사에게 전달했던 직원 모두가 이 전 법원장 지시가 없었다고 증언한 점을 근거로 지시가 없다고 결론 냈다.
또 나 판사가 영장전담판사에게 영장 내용을 파악한 부분에 대해서도 “이 전 법원장이 영장판사들에게 정보 제공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며 나 판사의 홍보업무 차원일 수 있다고 추측했다.
1심 재판부는 아울러 수사기밀이 나 판사를 통해 법원행정처에 보고된 것과 관련해선 일부 보고서가 몰래 보내진 점 등을 근거로 “일부 보고 사실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지시 등의 방법으로 보고를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8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관련 증거를 종합하면 이 전 법원장이 나 판사에게 비리 수사 상황을 보고받고 이를 법원행정처에 보고하도록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선고해달라고 2심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 전 법원장은 최후진술을 통해 “무리한 수사와 기소로 일련의 사건들에서 숱한 무죄가 나왔음에도 검찰은 원하는 결론이 아니라며 사과 없이 기계적으로 항소한다”며 “분노마저 느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원장 정도를 기소해야 자신들이 돋보인다 생각했는지 검찰은 사건에 관여하지 않은 저를 기소 대상으로 삼았다”며 “검사가 현직 법원장을 조사하며 회유·협박하는 것이 법치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검찰이 ‘사법농단’으로 지칭하며 대대적으로 기소했던 전·현직 법관 사건은 지금까지 선고된 8건 재판 중 7건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지금까지 유죄된 재판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1심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