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궁 잃은 호랑이의 치성…하나뿐이라 더 절절한 '사랑합니다'

오현주 기자I 2022.03.26 07:30:00

△필갤러리서 개인전 연 작가 모용수
인간 세상에 던져놓은 캐릭터 호랑이로
인간 하는 ''달콤한 애정행각'' 연출케 해
달·꽃·항아리 등 서정적 배경 맑은 화면

모용수 ‘사랑합니다’(2022), 캔버스에 오일, 60.6×60.6㎝(사진=필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또 보름달이 뜨고 또 매화꽃이 피었다. 고요하고 적막하다. 꽃가지에 매달린 두 마리 새도 오늘밤은 ‘정숙’이다. 평소라면 딱 붙어 사랑의 세레나데라도 지저귀고 있을 텐데. 아마 나무 아래 풍경 때문일 거다. 장독대 위에 정한수를 떠놓고 치성을 드리고 있는 아낙. 사실 저 아낙은 사람이 아니다. 호랑이다. 이 장면을 만든 작가가 원체 ‘호랑이 작가’로 불리고 있으니.

맞다. 작가 모용수(55)는 호랑이를 주인공 삼아 맑고 서정적인 화면을 뽑아낸다. 작가의 작품에는 최소한 근엄하고 험악한 호랑이는 없다. 인간세상에 던져놓은 캐릭터 ‘호랑이’들은 인간세상의 모든 일을 ‘소화’하는데. 특히 ‘애정행각’에 재능이 있다. 암수, 아니 남녀 한쌍이 날리는 꽃잎 아래 나란히 우산을 펴고 서 있질 않나, 호숫가를 함께 산책하고, 자전거로 동네 한 바퀴까지. 장소를 불문한 그 애정행각이 정작 사람의 신경을 긁을 정도다.

그래서 작품명도 아예 ‘사랑합니다’ 하나뿐. 매번 탐스럽게 핀 노랗고 붉은 꽃도 저들 앞에선 그저 사랑의 소품일 뿐이다. 그런데 저 장독대 앞 호랑이는 뭘 빌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짝궁 호랑이가 보이질 않는다. 어디로 떠났나, 아프기라도 한 건가. 둘 중 하나가 없어 더 절절한 ‘사랑합니다’(2022)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길 필갤러리서 여는 기획전 ‘사랑합니다’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31일까지.

모용수 ‘사랑합니다’(2022), 캔버스에 오일, 60.6×60.6㎝(사진=필갤러리)
모용수 ‘사랑합니다’(2022), 캔버스에 오일, 60.6×60.6㎝(사진=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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