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용 새 지평 연 '향연', 생생한 아름다움 전할 것"

장병호 기자I 2024.12.09 05:35:00

[국립무용단 김미애·황태인·박혜지·박기환 인터뷰]
초연부터 센세이션 일으키며 화제몰이''
''한국무용은 고루하다'' 편견 깨고 전석 매진
전통무용 레퍼토리 11종 엮은 선물세트
"현장감 있는 무대로 매력 전하고 싶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세련된 무대로 한국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국립무용단의 대표작 ‘향연’이 다시 관객을 찾는다. 오는 19일부터 25일까지 6일간 총 7회 무대로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미니멀리즘과 한국무용의 만남으로 신선한 충격

국립무용단 ‘향연’의 무용수 황태인(왼쪽부터), 박혜지, 김미애, 박기환이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무려 6년 만의 재공연이다. 지난 5일 국립극장에서 국립무용단 수석 김미애와 부수석 박혜지, 황태인, 단원 박기환을 만나 6년 만에 돌아오는 ‘향연’의 준비 과정을 들었다. ‘향연’의 초연부터 주요 역할을 맡아온 김미애는 “‘향연’은 초연 때부터 굉장히 센세이션한 작품이었다”고 소개했다. 그의 말처럼 ‘향연’은 ‘한국무용은 고루하다’는 편견을 산산조각 낸 작품이다. 새하얀 무대, 무용수의 춤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무대로 관객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조흥동과 이매방, 김영숙, 양성옥이 안무한 전통무용 레퍼토리 11종을 패션 디자이너 출신 크리에이터 정구호가 강렬한 색채와 간결한 미장센으로 담아내 호평을 받았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다섯 차례 공연에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2017년 공연은 20~30대 관객 비중이 60% 이상(국립극장 홈페이지 예매 기준)을 차지하며 한국무용의 폭넓은 팬층 확보에도 기여했다.

한국무용 전공자인 국립무용단 단원들에게도 ‘향연’이 갖는 의미는 크다. 전통과 현대를 하나로 이어가는 작업을 해온 국립무용단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박기환은 “‘향연’은 우리 고유의 춤을 선보이는 무대이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만 관객에게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공연이기도 해 자부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황태인은 “한국무용의 정체성을 새롭게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향연’의 한 장면. (사진=국립극장)
‘향연’은 한국무용의 모든 것을 담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공연이다. 정중동(靜中動)의 미학을 보여주는 궁중무용, 신묘한 매력으로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종교무용, 그리고 한국인의 흥과 신명을 느낄 수 있는 민속무용을 사계절의 테마로 풀어내 한국무용의 다채로운 면모를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 관객의 환호가 가장 뜨거운 순간은 민속무용이 등장하는 3막. 그 중에서도 ‘장구춤’이다. 10여 명의 여성 무용수들이 장구를 연주하며 일사불란하게 추는 춤은 그야말로 진풍경이다.

그동안 김미애가 ‘장구춤’ 중 여성 무용수의 독무를 맡았는데, 이번 공연에선 부수석 박혜지가 이 역할을 이어 받는다. 국립무용단의 ‘세대교체’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박혜지는 “‘향연’은 공연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재관람하는 관객이 많아서 이번에 ‘장구춤’ 독무를 맡는 부담도 적지 않다”며 “‘장구춤’의 장단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려고 한다”고 각오를 전했다.

◇선후배의 세대 차이 뛰어넘은 호흡 예고

국립무용단 ‘향연’의 무용수 박기환(왼쪽부터), 박혜지, 김미애, 황태인이 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황태인, 박기환은 각각 민속무용 ‘소고춤’과 종교무용 ‘진쇠춤’의 새 주역으로 나선다. 황태인은 “‘소고춤’의 군무에서 센터 역할을 맡게 됐지만 춤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며 “관객이 이 춤을 보고 재미있어 하고 즐거워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기환은 “일반적인 ‘진쇠춤’은 남성 무용수들이 같이 추지만 ‘향연’에선 여성 무용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춰 새롭다”며 “좀 더 자유롭게 즐기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무용은 발레, 현대무용보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덜했다. 그러나 최근 종영한 엠넷 무용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한국무용 전공자들의 활약이 빛나면서 한국무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김미애는 “TV에 등장한 한국무용이 편집된 예술이라면 ‘향연’은 무대 현장감이 살아 있는 예술로 한국무용의 진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습하면서 아름다운 장면이 있어요. 총예술감독을 맡은 조흥동 선생님이 단원들의 연습을 보며 추임새를 넣어주세요. 무용수가 스스로 흥을 느끼며 춤을 추도록 해주죠. 선생님과 단원 선후배들이 세대를 뛰어 넘어 함께 호흡하는 그 순간이 정말 아름다워요. 그 아름다움을 관객에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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