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화장품 기업이 로레알을 제치고 세계 1등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이 세 가지를 꼽았다.
김주덕 성신여자대학교 메이크업 디자인학과 교수는 “향후 문제성 피부에 바를 수 있는 기능성 화장품이 세계 시장의 대세로 떠오를 것”이라며 “그러나 국내법은 화장품이 의약품이나 의약외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부염, 아토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표시를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간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는 ‘미백, 주름개선, 자외선 차단’의 단 3가지 카테고리에 한정됐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 화장품의 범위 확대를 추진했지만 화장품 업계에서 기대하는 수준에 못 미치는 입법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염모제는 화장품 회사와 제약사가 모두 만들었고, 유통업체도 화장품 편집숍이나 약국 모두 팔리고 있어서 이번 입법이 업계에 큰 변화를 줄거 같진 않다”며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그간 금지했던 줄기세포 같은 영역의 규제를 푸는 식으로 안되는 걸 되게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화장품은 이미지 산업이라 광고의 역할이 큰데 우리나라 화장품법 규제가 외국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다”며 “과하게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안되지만 효과가 있는 제품은 효과가 있다고 명시할 수 있게 하고, 화장품 업체들에게 자율성을 부과해야 세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화권을 넘어 세계로 도약하기 위해선 각 시장별 맞춤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정선 코트라 무역관은 “덴마크 같은 북유럽에서도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지만 실질적인 판매로 연계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북유럽 사람들은 한국에서 인기있는 화이트닝 제품보다는 피부를 검게 만드는 태닝 제품 수요가 많은데 국내 화장품 기업이 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우리나라 제품은 흑인이나 남미인들의 피부색에 적합한 아이섀도, 립스틱 등의 개발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코트라 측은 “우리나라 여성들은 여러단계로 화장품을 바르지만 40%에 육박하는 덴마크 여성들이 메이크업을 지우지 않은 채로 잠자리에 드는 것으로 나타났을 정도로 외국 여성들의 스킨케어 시간이 짧다”며 “이에 맞게 하나의 제품에 모든 효능이 집약되어 있는 올인원 제품을 개발하거나 친환경을 선호하는 북유럽의 시장 특성에 맞게 제품의 무해성, 친환경적 특징을 부각시키는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해외 마케팅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도 필요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회공헌사업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의 경우 각 나라에 맞는 사회 활동을 벌여 이미지를 향상시킨다.
로레알이 우리나라에서 벌이는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은 우수 여성과학자들을 발굴 육성하거나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 지원, 여고생들의 과학계 진출을 돕는 것 등이 있다. 여성의 이공대 진학률이 낮은 한국 시장의 특성을 반영한 것. 잠정적인 로레알의 고객에게 투자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려 100년 후를 넘어다보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반해 우리 화장품 기업의 사회 공헌 사업은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당히 한정적이다.
해외 화장품 회사와의 합작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한국-프랑스 합작 회사인 에르보리앙, 크리스챤 디올과 기술 협약을 맺은 아모레퍼시픽, 에스티로더로부터 투자를 받은 닥터자르트다.
이장서 클레어스 코리아 상품 마케팅 기획 팀장은 “로레알이 다수의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고 전세계 글로벌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실시한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그러나 한국 뷰티업계가 글로벌 소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 것은 초기 단계”라며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서 판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해외 소비자들을 잘 파악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릴 것도 K-뷰티를 지속시키기 위해 필수 사항”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