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지류인 왕숙천 동편으로 펼쳐진 나지막한 넓은 평야지대를 가르는 곳곳의 도로는 온통 LH를 규탄하는 형형색색 현수막으로 가득하다.
이곳이 바로 왕숙지구 예정지인 진건읍 일대 농로에는 ‘LH 해체하라’를 시작으로 ‘LH는 왕숙지구 원주민들의 목을 쳐라’, ‘왕숙지구에 LH 직원들 한 발도 들이지 말라’, ‘원주민 땅으로 장사하는 LH는 양아치’ 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향한 원주민들의 강도 높은 비난의 글귀가 여기저기 걸려있다.
지난 2018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 3기신도시로 포함된 남양주시 왕숙지구는 1·2지구로 나눠 총 1134㎡ 6만6000호의 주택이 들어서는 매머드급 신도시다. 이곳은 이번 LH 땅투기 의혹이 없었던 과거에도 신도시 계획이 확정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주민들의 반발이 꾸준히 있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LH 직원들의 땅투기 의혹에 따른 공분이 온 국민들에게로 확산되는 등 논란이 커지면서 이곳 주민들은 LH의 ‘L’자만 보여도 치를 떨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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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장 감시에 나선 대책위 임원 이명숙 씨는 “수십년을 이곳에 있는 땅을 재산 삼아 농사짓고 살았는데 갑자기 나가라면서 다른곳에 가서 이만큼의 땅을 살 수 있는 보상은 안 해준다고 한다”며 “그러면서 자기들 끼리는 내부 정보 돌려가며 보상 받으려고 땅투기를 했다는 소리를 들으니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의 LH에 대한 반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책위 임원들은 순서를 정해 ‘LH 해체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앞에 단 1톤 트럭을 타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순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장물 조사에 반대하면서 LH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신분을 확인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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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또 다른 임원 박남길 씨는 “이런 결과를 있는 그대로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지 의심스럽다”며 “찾아낼 수 있지만 일부러 찾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인지. 만약 후자라면 우리 주민들이 나서서 LH 직원들이 하는 치밀한 땅투기 수법이 어떤건지 알려줄 수 있다”고 헛웃음을 지었다.
남양주 왕숙지구 역시 고양 창릉지구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나온 땅 자체가 없어 3기신도시 지정 전과 후, 월 거래량이 100건을 오르내리는 등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미 10~20년 전부터 외지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거의 대부분 땅을 사들인 터라 이곳에서 공장이나 창고를 운영하거나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사람은 거의 임차인들”이라고 말했다.
공대석 왕숙·진접대책위원장은 “LH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남에 눈에 잘 띄지 않고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만약 내부 개발정보를 이용해 3기신도시 예정지에 땅을 사들였다면 찾아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