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트럼프 2기+탄핵 정국에 머리 맞대는 재계

김정남 기자I 2024.12.09 05:40:00

삼성·현대차·LG 등 잇따라 내년 사업회의
환율 민감한 철강·석화업계 등 수시 회의
"반도체법 등 주요 산업 관련 지원법 폐기"
냉랭한 美…정책 대응 늦으면 기업들 피해

[이데일리 김정남 김성진 기자]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 있어요.”

미국 뉴욕 월가의 한 뮤추얼펀드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는 유대계 미국인 A씨는 최근 몇몇 한국 지인들에게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물었다. 그의 회사가 담고 있는 종목 중에는 한국 주식도 있다. 그의 고향인 이스라엘은 심지어 한국을 두고 여행주의령까지 내렸다. A씨는 투자한 한국 주식 외에 다른 주요 기업들이 받을 여파까지 알고 싶었으나, 계엄에 따른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뚜렷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의 한국지사에서 일하는 B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미국 본부에서 한국의 정치 상황과 기업 영향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한국은 사업하기 안전한지, 한국 기업들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일환 기자)


◇삼성·현대차·LG 잇단 사업회의

미국 트럼프 재집권과 한국 탄핵 정국이 잇따라 현실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복합위기에 맞닥뜨렸다. 한국 자체의 브랜드 저하와 국내 주요 산업 지원 법안 폐기가 불가피한 가운데 기업들은 잇따라 묘안 찾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가뜩이나 트럼프 2기 대응이 어려운 와중에 행정부 마비까지 불가피해지면서, 기업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가정해 사업 계획을 세워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달 중순 예정대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부회장과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 부회장의 주재 하에 내년 사업계획과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글로벌 전략회의를 연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급이 모여 사업부문·지역별로 사업전략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번 회의는 각종 악재가 적지 않은 가운데 열려 이목이 집중된다. 때 이른 ‘메모리 겨울론’에 더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등 과제까지 안고 있다. 아울러 트럼프 2기 정책 리스크와 국내 탄핵 정국까지 겹쳤다. 재계 한 인사는 “이번 비상계엄 이후 반도체 특별법 등 주요 산업 지원 법안들은 사실상 폐기됐다”며 “정책 지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을 가정해 내년 사업계획을 짜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달 중순께 해외 권역본부장회의를 열고 권역별 사업계획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상·하반기 한 차례씩 미주, 유럽 등 해외 권역본부장들과 함께 회의를 연다. 정의선 회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모두 참석한다. LG그룹 역시 구광모 회장 주재로 조만간 사장단 협의회를 연다.

포스코 등 철강업계는 외부 요인 변화 등을 고려해 수시로 내년 사업계획 관련 회의를 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대내외 변화가 큰 만큼)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 정책들의 시행 시기나 내용 등을 주시하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석화 등은 고환율(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여파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도 주목된다.

◇냉랭한 美, 정책 불확실성 더 커질라

재계는 특히 미국이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다소 부정적이라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2기가 반도체법(칩스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에 따른 해외 기업 보조금을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기업들의 대관뿐만 아니라 정부의 외교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미국이 냉랭한 반응을 보이면 고스란히 국내 기업들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는 탓이다. 첨단산업 전쟁에서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뜻이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행정 기능이 마비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는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한미 동맹이 수십 년 만에 최대 시험에 직면했다”며 “양국 관계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가 수사 국면으로 접어들면 재계의 긴장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재계 인사는 “과거 2016년 탄핵 정국 때 재계 인사들도 영향이 있었다”며 “이번 사태 역시 재계와 직접 관련은 없지만 만에 하나 어떤 불똥이 튈지 모르기 때문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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