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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헌재의 결정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더욱 걱정되는 건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후의 대한민국이다. 지금은 심리적 내전에 불과하지만 선고 후에는 실제 내전에 준하는 폭력 사태까지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상급심도 없는 헌재의 결정이 이 갈등의 최종 해결책이 돼야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헌재에서 어떤 결정을 내놓더라도 그 누구도 승복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오히려 결정이 부당하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진영을 결집시켜 상대 진영을 향한 적개심만 표출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를 탓하고 검찰과 공수처를 탓하고 법원을 탓하면서 국가기관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회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 ‘나라가 두 쪽이 난’ 상황을 만들어낸 윤 대통령이나 야당이나 서로 ‘애국’과 ‘민주주의’를 앞세우지만 정작 갈등과 반목이 장기화하며 국력을 잃고 국민 대다수가 지쳐가는 건 안중에도 없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우리끼리 둘로 갈라져 싸울 만큼 한가하지 않다. 국론이 분열하고 불안한 정치 상황에 정책은 올스톱 상태가 됐다. 공무원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는 고통받고 국제 정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 불안한 모습이다. 다른 나라들은 트럼프발 무역 분쟁 등 앞으로 닥쳐올 외환(外患)에 대응하고 있는데 우리 안에서 내란과 내전을 벌이는 꼴이라니 한심하다 못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하기까지 하다.
대통령과 야당, 양측이 그렇게 부르짖는 ‘애국’과 ‘민주주의’는 이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데 사용해야 한다. 서로 ‘네 탓’ 하며 반목할수록 이를 지켜보는 대다수의 국민은 그 누구도 지지하지 못하고 둘 다 싫다는 양비론과 회의론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진정 나라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이라면 눈앞의 지지자들 너머에 있는 국민을 바라보고 ‘싸움’과 ‘투쟁’이 아니라 ‘통합’과 ‘포용’을 외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와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런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걸음이 바로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