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1년새 1조원 수혈한 하나금투…초대형 IB '잰걸음'

김성훈 기자I 2021.04.27 05:30:00

하나금투 1Q 순이익 전년 동기比 193%↑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 걸쳐 1조원 수혈
초대형IB 인가 신청 전망에 '신중 모드'
"글로벌 경쟁·ESG 경영에 유리한 환경"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1분기 흡족한 실적을 거둔 하나금융투자가 5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수혈하며 뜨거운 5월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1조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하며 초대형 IB 진입을 향한 잰걸음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하나금융투자 본사 (사진=하나금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1.62% 증가한 1164억42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수하게 남은 이익’을 뜻하는 당기순이익은 192.5% 늘어난 1366억4500만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7.3% 감소한 3조2338억6000만원임을 감안하면 내실 있는 성과를 일궈냈다는 평가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참여 열기에 따른 자본시장 활성화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점이다. 하나금투는 지난 22일 4999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액 전액은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책임지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보통주 745만주를 주당 6만7100원에 배정받고 이날 신주 교부를 마무리한다. 지난해 2월 5000억원 유상증자에 이어 1년여 만에 5000억원을 추가로 수혈한 것이다.

유상증자 이후 하나금투의 자기자본 규모는 4조9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여기에 1분기 개별기준 실적이 반영될 경우 자기자본 5조원을 웃돌며 초대형 IB 인가를 받은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 KB증권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하나금투의 유상증자 배경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다양한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장 머지않은 기간에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3일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하나금투를 IB 업계 톱(TOP)티어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후승 하나금융지주 전무(CFO)는 “자본금 5조원이 되면 탑5 증권사와 경쟁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규모가) 큰 거래 경쟁에서 하나금투가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하나금융투자 새 수장에 오른 이은형 대표이사의 취임사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진정한 초대형 IB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지주에서 하나금투 새 수장의 행보에 힘을 실어줬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초대형 IB 인가 신청을 두고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하나금투는 지난해 5000억원 유상증자 때도 단기금융업 신청설이 돌았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새 대표 취임이 이제 막 한 달이 지난 상황에서 분위기나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이후 절차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여타 증권사 부럽지 않은 자기자본 규모를 바탕으로 회사가 중장기 방향으로 설정한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경영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하나금투는 지난해부터 싱가포르계 인프라 투자회사인 에퀴스(EQUIS Environmental Korea)와 에너지 인프라 및 ESG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제네시스PE와 함께 수 천억원 규모의 국내 폐기물 처리시설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별로 국내 폐기물 사업을 비롯한 국내·외 환경 및 신재생에너지 등 ESG 투자 자산 확보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회사 볼륨이 커진다는 점은 ESG 등 다채로운 투자에 있어 유리한 포지션을 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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