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인구 구조 변화와 맞물려 지자체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세수 감소는 물론 지자체 재정 지출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지자체 통합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제안했다. 재정자립도란 지방자치단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100%에 가까울수록 재정운영의 자립능력이 우수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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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우선 인구 양극화 문제를 짚었다. 그는 “지역 인구 불균형이 빠르게 심화하고 있다”며 “이미 노동인구 상위 10%선과 하위 10%선 지자체를 비교하면 차이가 13배에 달한다. 20년이 지나면 격차가 두 배 더 늘어난 26배까지 벌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지금 같은 추세라면 인구가 3만 명 미만인 시군구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반면, 인구가 많은 도시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오는 19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PERI 스페셜 심포지엄’에 참여해 이 같은 인구 구조 변화가 지방의 재정자립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재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부터 높은 곳까지 모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그는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기초 지자체가 굉장히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40%가 넘어가는 건전한 지자체조차 확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전망이 갖는 의미에 대해서는 “앞으로 일어날 인구 문제에 대응할 지자체의 여력이 계속 떨어진다는 것”이라며 “재정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도 기준 전국 243개 시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3.2%다. 이 중 평균치를 넘는 지역은 서울·경기·세종을 중심으로 한 12곳뿐이다. 이들을 포함해 재정자립도 30% 이상은 43곳이다. 전체 시도 중 절반이 훌쩍 넘는 155곳은 10~30% 미만 구간에 몰려 있고 10% 미만은 45곳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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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여러 지자체가 서로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더라도 인구 규모 자체가 커지면 재정자립도가 개선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행정 구역이나 지자체 간 통합으로 지출은 효율적으로 하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다면 재정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모든 지자체의 상황이 다르므로 과학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물론 거점을 정해 통합하는 일은 정치적 문제 같은 현실적 제약이 있어 쉽지 않으므로 누가 보더라도 객관적으로 타당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인구 감소, 수요 하락, 의료·보육 등 인프라 붕괴, 다시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고민할 가치가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의견이다.
그러면서 공공성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많은 재정이 투입될 수 있지만 더 나쁜 결과를 맞이하기 전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게 우선”이라며 “결국 공공성을 강화하는 것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적어도 읍 단위에 거점 지역을 정해 필수 인프라를 깔고 거점 외 지역에도 최소한의 공공서비스 보장을 고민해야 한다. 원격 진료나 긴급 이송 시스템, 조산원, 홈스쿨링 같은 새로운 시도가 방법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지자체도 인프라와 자원을 어떻게 배분·공유할지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문제도 협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를 취득하고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외국인 정책위원회 위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고령사회대응연구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현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도 함께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