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조정안을 거부했다고 해서 피해 소비자의 손해배상청구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정 절차만으로 배상받기는 어려워져 피해 소비자가 직접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지난 7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해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 50명에 대해 쿠팡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1인당 10만원을 현금 또는 쿠팡캐시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쿠팡은 이 같은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쿠팡 측은 기존에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에게 구매이용권을 지급하는 등 선제적 보상을 했고 조정안 수용에 따른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피해 소비자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소송을 통해 배상받을 수 있을까. 비용은 얼마나 들고 어떤 서류를 준비해야 할까.
이번 쿠팡 집단분쟁조정 신청인단을 대리한 이철우 문화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에게 피해 소비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내용을 물었다. 이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IT·엔터테인먼트 전문분야 등록 변호사로, 메이플스토리 확률조작 사건 집단분쟁조정 등 다수 소비자 피해 사건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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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조정안을 거부했다. 이제 보상받을 수 없는 건가.
△그렇지 않다. 보상받을 권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분쟁조정위의 조정 결정에서 쿠팡 측의 과실과 소비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은 향후 소송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다.
다만 조정이 성립했다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하지만 쿠팡이 거부했기 때문에 조정결정만으로 바로 배상금을 받을 수는 없다. 결국 소송을 제기해 법원의 판결로 배상책임을 확정해야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피해회복을 위해 추가적인 시간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크게 달라졌다.
-피해 소비자가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우선 자신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부터 보관해야 한다. 쿠팡에서 받은 개인정보 유출 통지 문자나 이메일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했다면 조정결정서와 불성립 통지서도 함께 보관하는 것이 좋다. 조정 참여자는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소송지원 신청을 거쳐 지원 변호사의 도움을 받거나 공동소송을 통해 쿠팡의 배상책임을 묻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기존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도 소송에 참여할 수 있나.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었다면 별도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다만 ‘공동소송 참여’와 ‘소비자원의 소송지원 대상’은 구분해야 한다.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까지 기존 참여자와 동일한 조건으로 소송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추가 공동소송 모집 범위와 지원 적용 여부는 추후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소송을 하려면 주문내역이나 결제내역을 모두 준비해야 하나.
△이번 사건은 상품 환불이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자료는 본인이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쿠팡에서 받은 유출 통지 문자나 이메일, 피해 조회 결과 등이 우선적인 자료다. 주문·결제 내역은 이용관계나 개별 피해를 입증하는 보조자료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구매내역을 제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공동소송에 참여한다면 소송대리인의 안내에 따라 소송위임장 등을 준비하면 된다. 계정 비밀번호나 현재 사용하는 현관 출입번호 등을 제공할 필요는 없다.
-소송 비용은 얼마나 드나.
△이번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해 소비자원의 소송지원을 받게 되는 소비자라면 변호사 보수를 지원받을 수 있다. 법원에 내는 인지대·송달료 등 1200원 안팎만 부담하거나 별도의 비용을 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는 이번 조정 참여자에 대한 설명이다. 조정에 참여하지 않았던 피해자가 별도의 공동소송에 참여한다면 해당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정한 착수금과 성공보수, 실비 등을 확인해야 한다.
-소비자원의 소비자소송지원제도는 무엇인가.
△사업자가 조정안을 거부한 뒤 권리 구제가 어려워진 사회적 배려계층이나 소액·다수 피해 소비자 등을 위해 변호사 선임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집단분쟁조정 사건의 지원 여부는 소송지원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승소 가능성이 없거나 소송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지원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소송지원을 신청하려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이번 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가 바로 소송지원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소송에서 이기면 얼마를 받을 수 있나. 조정안처럼 10만원인가.
△분쟁조정위는 1인당 1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결정은 향후 법원이 판단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지만 법원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소송에 참여한다고 해서 누구나 10만원을 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조정 결정과 기존 개인정보 유출 관련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10만원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일부 법무법인이 훨씬 많은 배상액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면서 높은 착수금을 요구하는 경우엔 비용과 실제 예상 배상액을 꼼꼼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소송을 시작하면 언제쯤 배상금을 받을 수 있나.
△현재 단계에서 지급 시점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 보수적으로 보면 1심만 1년 이상 걸릴 수 있고, 항소·상고 등 상소 절차까지 이어지면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반대로 재판 과정에서 합의나 조정이 성립하면 더 빨리 끝날 수도 있다.
-다른 소비자가 먼저 승소하면 나도 자동으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나.
△그렇지 않다. 현재 추진하는 공동소송은 원칙적으로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소비자에게만 판결의 효력이 미친다. 다른 피해자가 먼저 승소하면 후속 소송에서 참고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지만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에게 배상금이 자동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이 점이 집단소송과 다르다. 일정한 요건 아래 대표 소비자의 소송 결과가 동일한 피해를 입은 집단 전체에 미치는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는 피해 소비자가 직접 권리 행사에 나서야 하는 구조다.
-쿠팡이 별도의 보상안이나 합의를 제안하면 받아도 되나.
△합의 여부는 소비자가 직접 판단해야 한다. 다만 보상 액수만 볼 것이 아니라 현금인지 쿠폰인지, 사용 조건이 붙는지, 합의를 하면 향후 추가 청구권을 포기하게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소송을 취하하거나 앞으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미 공동소송에 참여했다면 합의하거나 서명하기 전에 담당 변호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다만 쿠폰을 받거나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청구권을 포기했다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소송 문턱을 낮추고 진행 과정과 비용을 투명하게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번 사건이 개별 배상을 넘어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실질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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