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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인구변화 과거와 달라…'인구증가 없는 성장' 가능"[ESF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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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지현 기자I 2025.06.02 05:15:00

⑬로버트 푸엔테 브루킹스 메트로 부소장 인터뷰
"美, 고령 인구 50% 늘 때 노동 연령 5% 증가 그쳐"
세인트루이스·보스턴 등 인구 줄어도 소득↑…비결은
"''1인당 소득 향상''이 진짜 성장…지자체 재량권도 관건"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 “앞으로의 인구 변화는 과거처럼 단편적이지 않다. 한국에 인구 증가 없이도 1인당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성장 없는 성장’(grow without growth)이 가능한지 검토해볼 것을 제안한다.”

로버트 푸엔테 브루킹스 메트로 부소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의 인구 환경은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지역별 특화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푸엔테 부소장은 이달 19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이데일리-PERI 스페셜 심포지엄’ 연사로 참여해 지역별 인구 대책과 재정 전망을 발표한다. 1996년 출범한 브루킹스 메트로는 미국 3대 싱크탱크 중 하나로, 도시·지역 문제와 관련한 정책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로버트 푸엔테 브루킹스 메트로 부소장(그래픽= 이미나 기자)
◇“美, 고령화 속 지역별 맞춤 전략 필요”


푸엔테 부소장은 먼저 예전과는 다른 구조로 벌어지고 있는 미국의 인구 변화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히스패닉, 아시아계, 복수 인종으로 분류되는 새로운 소수 인종 아동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반면, 백인 아동 수는 감소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진입함에 따라 대부분 백인인 고령 인구가 청소년 인구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2016년부터 2030년 사이 고령 인구는 50% 증가하지만 아동은 3.5%, 노동 연령층은 4%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이는 미국의 다음 세대인 다양한 청년층에 대한 투자는 물론 증가하는 고령 인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래 노동력 확보, 소비 패턴, 사회·의료 서비스 제공 등과 관련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가 지도자들은 이런 새로운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만 미국 내에서도 변화의 양상과 속도가 각기 다른 만큼 각 지역별, 대도시권, 도시, 교외별로 특화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쇠퇴형 도시인지, 성장형 도시인지에 따라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푸엔테 부소장은 “뉴욕주의 버팔로와 오하이오주의 영스타운은 오랜 기간 인구 유출이 이어지고 새로운 소수 인종 유입이 거의 없어 도시와 교외 모두 인구 고령화와 인구 정체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지역은 더 많은 일자리 유치와 청년 인구 유지, 고령 인구를 위한 인프라와 사회적 지원 확대를 계획해야 한다”고 짚었다.

텍사스주의 휴스턴과 네바다주의 라스베이거스에 대해선 여러 인종의 이민자와 국내 이주민을 유입해 젊은 세대와 노년층 인구 모두가 급속히 성장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젊은 가정과 아동 인구에 대한 교육 및 사회적 지원에 상당한 투자를 계획하고 이들을 지역의 고용 기회에 대비시킬 전략을 세워야 한다. 동시에 도시·교외 지역에서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 인구의 수요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스턴 등 인구 줄어도 오히려 성장”…韓에 화두 던져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인구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실현 가능한 정책은 무엇일까. 푸엔테 부소장은 “정책의 핵심 목표는 주민의 경제적 복지 향상”이라며 인구 증가 없이도 1인당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성장 없는 성장’의 가능 여부를 검토해 볼 것을 제안했다.

전통적인 국내총생산(GDP) 중심의 성장과 달리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1인당 소득이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적 성장을 도모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도시권 중 미주리주의 세인트루이스, 매사추세츠주의 보스턴,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가 같은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제시했다.

미국 인구 조사국(U.S. Census Bureau)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는 2022~2023년 사이 인구는 28만 6000명에서 28만 2000명으로 1.39% 감소한 반면 중위 가구 소득은 3만 4900달러에서 3만 7300달러로 6.88% 증가했다. ‘포용적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STL 2030’ 정책이 주효한 결과라는 평가다. STL 2030은 모든 사람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해 경제적 성공에 기여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보스턴과 피츠버그도 비슷한 추세를 보인다. 보스턴의 경우 2022~2023년 사이 인구는 0.15%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중위 가구 소득은 6.87% 확대했다. 고학력 노동력과 고임금 산업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갖춘 게 이유로 꼽힌다. 피츠버그 역시 같은 기간 인구 변화가 거의 없음에도 중위 가구 소득은 7%가량 늘었다. 과거 제조업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경제 구조를 전환하고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우리나라 지자체의 낮은 재정자립도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이와 관련 푸엔테 부소장은 미국의 입장에 비춰 지자체에 재량권이 필요하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미국이 더 큰 번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점차 역동적으로 변하는 경제·사회·환경 현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대도시권이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도시권에 필요한 지원과 역량, 재량권을 제공하는 형태로 연방·주정부·대도시 간 새로운 협력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로버트 푸엔테 브루킹스 메트로 부소장은…

미국 지능형 교통 시스템 협회의 인프라 프로그램 디렉터 및 선임 플래너로 근무한 이후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선임 연구 관리자, 메트로폴리탄 인프라 이니셔티브 디렉터 및 선임 연구원 등을 지냈다. 에노교통센터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버지니아주 폴스 처치시 계획위원회 위원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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