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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정부 관계자와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오는 8월2일 각의(국무회의 격)에서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는 전략물자 수출령 개정안 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개정안 의결·공포 땐 21일 후인 8월 말께 발효된다.
일본이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 7월부터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해 폐지한 개별허가 면제가 1120여 전략물자 품목으로 늘어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의 부품·소재·장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곧 수출 제재가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의도적으로 지연하거나 허가하지 않아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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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검토 선상에 올려놓은 강경 맞대응 조치에는 우리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가 그룹)에서 제외하는 안이 있다. 일본도 우리를 제외한 만큼 우리 역시 일본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양국 부품·소재·장비 의존도 면에선 격차가 있지만 우리가 맞불을 놓으면 일본도 타격은 피할 수 없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론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연장 거부 카드도 있다. 오는 8월24일 효력이 만료된다. 일본 역시 이번 갈등과 별개로 지소미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일본에 큰 타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이 실제 우리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때를 대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31일 국회 확대간부회의에서 “배제 땐 가장 높은 수준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강 대 강 대치에는 부담도 따른다. 양국이 서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우리 기업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 우리 역시 일본처럼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로 키운다는 국제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기껏 우호적으로 만든 국제 여론을 떠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소미아 거부 역시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전략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꺼내 들 수 없는 카드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우리의 (강경) 맞대응은 대외적으로 한·일이 치고받는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으며 사태 장기화로 경제적 피해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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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를 포함해 지금껏 진행해 온 국제 외교전을 한층 강화하며 대화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가는 방법도 있다. 정부는 최근 WTO 일본이사회와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전체회의 등 국제 통상무대에서 일본을 압박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최근 일본이 내놓는 메시지를 보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며 “앞으로도 우리의 정당함을 국제사회에 당당히 알리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껏 거리를 둬 온 미국이 2일 전후로 한미일 3국 외교장관회담을 공식화하며 중재 의지를 밝힌 것도 호재다. 미국은 현 상황을 동결한 채 양국이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렸다.
만일 한일 양국이 미국의 중재를 받아들이면 오는 9월 유엔 총회와 10월 말 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양국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이벤트를 계기로 대화의 물꼬를 틀 시간을 벌 수 있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현재로선 일본의 배제 결정을 보류하는 정도가 가장 바람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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