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내수 진작 노력과 엇박자 내는 정부 정책

양희동 기자I 2025.01.13 05:30:00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카드 수수료율(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연매출이 적은 영세·중소 가맹점에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을 0.1%p 낮춘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12년 이래 3년 주기로 시행 중인 적격비용 산정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애초 영세 사업자가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를 투명하게 산출해 수수료율을 합리화하는 데 목적이 있었으나 점차 수수료율 인하를 통한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정책으로 변질했다. 지난 3년간 고금리 여파로 인한 카드사의 조달비용 증가, 카드사의 고위험 카드론 공급 확대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대손 발생 등 위험관리비용 증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했다.

이번 조치는 현재 내수 진작을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라고 판단된다. 카드사는 그동안 적격비용 제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인하된 카드 수수료율로 인해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 보존을 위한 비용절감과 위험한 현금성 대출사업에 주력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드사는 소비자의 카드 소비 촉진차원에서 제공하던 무이자할부, 할인, 포인트 적립 등 부가혜택을 대폭 줄이고 있다. 또한 높은 대출 금리로 운영되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서비스를 주력사업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카드 수수료율이 더 낮아졌으니 카드사는 앞으로 더더욱 신용판매 부문 사업을 축소해 각종 소비자 부가혜택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용카드로 고가의 내구재 구입을 계획했던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민간소비 부진은 경제성장률 둔화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민간소비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소매판매액지수 증감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2022년 2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하락세다.

필자가 분석한 2022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월간 소매판매액지수 증감률(물가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불변지수 기준)과 국내 카드승인실적(도·소매업) 증감률 간의 상관관계 수치는 0.897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민간소비의 부진이 카드사용 저하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위와 같이 판단한 기획재정부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2025년 영세소상공인 점포에서 사용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한시적으로 기존 15%에서 30%로 두 배 높인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영세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한 신용카드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국회 등에 적극 건의한 결과다.

이번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는 내수 진작 측면에서 패착에 해당하는 정책 결정이다. 즉 기획재정부,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추진 중인 내수 진작 노력에 상반된 정책을 내린 셈이다. 결국, 이번 금융위원회의 잘못된 정책으로 여러 내수 진작을 위한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 사실 영세 사업자들은 이미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그리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0%대의 평균적인 우대 가맹점 수수료율에 부가세 환급분을 반영할 경우 영세 사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없기 때문이다. 생색내기용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가 사실상 영세 사업자의 매출에만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소상공인이 재무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수수료율은 카드 수수료가 아닌 배달앱 수수료다. 최근 배달앱 플랫폼 업체와 영세 사업자 간의 상생 협의를 통해 해당 수수료율이 기존 9.8%에서 2%p 낮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높은 상태다. 금융업체가 아닌 배달앱 플랫폼에 대한 수수료율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해당 문제는 여전히 소상공인의 사업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런데 ‘꿩 대신 닭’ 잡는 격으로 여전히 높은 배달앱 수수료율에 대한 대책은 미뤄둔 채로 낮아질 대로 낮아져 재무적 부담을 느끼지 못하는 카드수수료율 인하에만 집착하는 것은 큰 문제다.

결론적으로 이번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의 카드 수수료율 인하정책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우선 국민경제 주요 현안의 경우 특정 부처가 아닌 범 경제부처에서 공동 의제로 논의해야 한다. 즉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의 경제관련 부처에서 적격비용 제도의 개선을 내수 진작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그 다음으로 소상공인의 비용 절감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소비지출 유도를 통한 사업장 매출 진작으로 이자비용, 임차료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정부의 소상공인 사업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정된 재원을 통한 대출지원, 수수료 소폭 감면의 정책만으로는 소상공인의 재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