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의사당에서 취임식을 갖고 ‘트럼프 2.0 시대’의 막을 열었다. 세계는 ‘천둥의 날들’(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을 앞두고 바싹 긴장했다. 나라마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한국은 탄핵 정국에 발목잡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외교에 나라의 생존이 걸려 있다. 정치와 외교의 분리를 통한 범국가적 대응이 절실하다.
지구촌 새판짜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대선 때 트럼프는 “취임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기 시절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조만간 우크라이나 전선에도 획기적 변화가 예상된다.
주목할 것은 중국에 대한 강온 양면전략이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60% 고율 관세를 물리겠다고 누차 경고했다. 동시에 트럼프는 며칠 전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틱톡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중국 바이트댄스가 모기업인 틱톡은 미국 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았으나 트럼프 덕에 서비스를 재개했다. 또한 트럼프는 취임 후 100일 안에 시 주석을 만날 의향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사안별로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적과 아군을 구분하지 않는다.
미 CBS 방송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선 승리 후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모두가 나를 혼돈(chaotic)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을 보라”고 말했다고 한다. 리더십 공백 상태이긴 하지만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 채널을 뚫으려는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외교가엔 “정쟁은 국경에서 멈춘다”는 명언이 있다. 마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지난 17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멈춰섰던 외교 시계도 다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미국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접촉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외교만큼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정부와 여야가 합심해 대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