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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프랜차이즈 상장의 저주…이유 4가지

노희준 기자I 2025.03.31 05:51:10

[K프랜차이즈 IPO잔혹사]②
유통마진 구조서 본점·주주와 가맹점 이해 상충
내수서 가맹점 확대 한계, 외식업 경쟁압력 심각
짧은 유행 사이클·오너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
해외 진출 사활...IPO 목적 분명해야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로봇과 푸드테크를 앞세워 국내 대표 식음료 스타트업으로 성장 중인 A기업 대표는 상장을 앞둔 시점에서 우려가 크다. 앞서 기업공개(IPO)를 했던 식음료 기업들이 줄줄이 상장 폐지하거나 거래 정지되는 등 좋지 못한 성과를 보여서다. 이번엔 다를 것이라며 기대를 받았던 백종원의 더본코리아마저 ‘햄 선물세트 뻥튀기 가격 논란’, ‘LP가스통 옆 조리 논란’, ‘농약분무기 살포 논란’ 등 주가 발목을 잡는 여러 잡음에 휩싸였다. 그는 “국내 자본시장이 프랜차이즈 기업을 싫어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성이 있는지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으로 본다”며 “해외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로열티를 국내 가맹점에서 꺼리다 보니 변형적인 수익구조가 나와 프랜차이즈 문제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A대표가 지적한 변형적인 수익구조는 ‘차액가맹금’ 기반 프랜차이즈 모델을 말한다. 차액가맹금은 본사가 가맹점에 식재료 등을 공급하면서 붙이는 유통마진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원가 4000원짜리 닭 1마리를 가맹점에 5000원에 납품하면 차액가맹금은 1000원이다. 이 유통마진 1000원이 더본코리아를 포함한 90%의 국내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주 수익원이다. 본부는 성장하기 위해 닭을 넘겨줄 가맹점을 많이 늘리고 마리당 마진을 높이려 한다. 이는 규모의 경제로 이어지면서 물류비도 낮출 수 있다. 반면 가맹점은 영업권 축소를 가져오는 일정 수준 이상의 가맹점 확대를 원치 않는 데다 닭의 원가를 낮추고자 한다. 가맹본부·주주와 점주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셈이다.

최근 한국피자헛, 배스킨라빈스, bhc치킨, 교촌치킨 점주들이 ‘가맹본부가 유통마진을 부풀려 부당이득을 취했다’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프랜차이즈 산업의 자체 특성은 아니다. 통상 가맹점 매출이나 이익에 연동되는 로열티를 수취하는 해외 프랜차이즈는 가맹본부와 점주의 이해관계가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쉽다. 점주 수익 증대→본점 수익 증대→주주 이익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로열티 베이스 모델이 닭을 살찌워 알을 낳게 한 뒤 알의 일부(로열티)를 가져가는 모델이라면 국내 유통마진 모델은 알을 낳을 닭(가맹점)의 배를 갈라 달걀을 가져가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더 큰 문제는 가맹점 확대 전략이 좁은 국내 내수 시장에서 쉽사리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는 땅이 좁고 인구도 줄고 있어 프랜차이즈 경쟁이 매우 치열한 상황이다. 국내 프랜차이즈 한 대표는 “해외는 통상 인구 400~500명당 1개 식당이 있는데 국내는 65명당 1개 꼴”이라며 “국내 외식업이 받는 경쟁 압력은 해외보다 6~8배는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대만카스테라에서 벌집아이스크림, 흑당밀크티, 두바이초콜릿, 탕후루 등 1년 안팎으로 바뀌는 국내 외식업의 짧은 유행 사이클도 프랜차이즈 기업의 연속성을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오너리스크도 빼놓을 수 없다. 대다수 프랜차이즈 기업 창업주들은 작은 가게에서 시작해 회사를 키워낸 이들이 상당수다. 경영자로서의 마인드가 부족할뿐더러 갑자기 얻게 된 부에 취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이 발생해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면 가맹점들은 매출 급감이라는 큰 타격을 받는다. 외식사업의 경우 대체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창업주가 구설에 휘말리면 즉시 사업이 휘청거릴 수 있다.

전문가들은 K프랜차이즈 수익구조를 로열티 베이스로 바꾸고 해외로 진출하는 길이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로열티 중심으로 수익구조를 전환해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동반 성장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음료 스타트업 A사 대표는 “답은 글로벌밖에 없다”며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으로 해외를 뚫으면서 주가가 어마어마하게 뛴 것을 보면 상장 식음료의 살길이 어디인지 증명이 된 것”이라고 했다.

식음료 프랜차이즈는 IPO 목표를 좀 더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의 운영 방식을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 IPO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기원 월드푸드테크협의회 회장 및 서울대 푸드테크학과 교수는 “현재 프랜차이즈 사업 방식은 점주 비용으로 가맹점이 늘면 수익을 내는 구조기 때문에 가맹점을 늘리거나 프랜차이즈만 하려고 한다면 굳이 상장할 이유가 없다”며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사용 목적과 계획이 뚜렷해야 한다”고 했다. 기업의 장기 성장과 연속성을 목표로 한 분명한 비전이 제시돼야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더본코리아는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면서 “글로벌 종합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장시 조달한 자금 사용처와 사용 현황에 대한 질문에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 대상을 알아보고 있으며, 현재 구체화된 사항은 없다”고만 했다. 지난해 더본코리아 매출 4642억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은 3%가 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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