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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까지 확산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 적용과 겹쳐 협력사, 용역업체, 프랜차이즈 등 전체 공급망 전반에 걸쳐 구조적 비용 압박이 커지고 있어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요청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2026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경영계는 동결을, 노동계는 물가인상률 수준 인상을 요구하면서 격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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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우려하는 노동 이슈’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 159개사 중 47.2%(75개사·복수응답)가 최저임금 인상을 꼽았다. 그 뒤를 이은 ‘중대재해에 대한 법원 판결’이 35.2%(56개사)와 격차가 크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 52.6%(40개사), 중견기업 38.9%(7개사), 대기업 43.1%(28개사)가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큰 우려 대상으로 꼽았다.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 여력이 있는 대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크게 4가지다.
통상임금 확대와 겹쳐 부담이 가중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가뜩이나 인건비 비중이 큰 유통분야 대기업들은 쿠팡 등 e커머스와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추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감소해 충격이 크다.
한 유통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유통업체들은 파견이나 계약직 등 최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다”며 “통상임금 확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최저임금까지 올라 경영상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기타’ 기업들은 57.1%(8개사)가 가장 우려하는 이슈로 최저임금을 꼽았다. 노동집약적인 업종 특성상 임금 인상 이슈에 민감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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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팀장은 “제조업종 대기업의 경우 기본급 초봉이 최저임금에 근접한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 이슈에 민감하다”며 “호봉제 아래서는 초봉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오르면 윗 호봉도 따라서 올려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현대차에서는 평균 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일부 직원 시급이 최저임금을 미달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발 당할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이 기본급보다 많은 기형적인 임금체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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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조차도 자유롭지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직격으로 받는 이들은 자영업자, 영세소상공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2025년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 소상공인 820명에게 폐업사유를 묻는 질문에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이 86.7%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익성 악화, 매출 부진’ 사유를 묻는 질문에 ‘내수 부진에 따른 고객 감소’가 52.2%(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인건비 상승’는 49.4%로 뒤를 이었다.
다만 지역별로는 수도권(52%)과 경상권(54.9%)에서는 ‘언건비 상승’을 폐업 사유 1위였다. 두 지역이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소득·임금 수준이 높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 전문 연구기관인 파이터치연구원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1% 증가 시 종업원 1~4인 기업의 폐업률은 0.77% 증가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상품 및 서비스 가격으로 전가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예 동결하기는 어렵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인상폭이 클 경우 기업들이 받는 충격이 큰 만큼 경제성장률을 기본 기준으로 놓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부 반영하는 방식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6%로, 한국은행은 1.9%에서 1.5%로 낮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는 무역 장벽 확대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를 반영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