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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위한 산업정책, 누군가 손해겠지만…'총대' 메는 정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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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기자I 2018.12.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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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경제 활로 찾기…석학에게 듣는다]②
1. 영리병원 도입 갈등
2. 카풀 서비스 도입 갈등
3. 제조업 구조조정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차량공유 서비스 등의 신규 사업자가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를 할 건 아니라고 본다”며 “운용의 묘를 찾으려 하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김정현 기자]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요즘 카풀·택시 논란을 보며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이다. 공유경제의 시대적 흐름을 따르려면 누군가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인가. ‘서비스업의 미래’ 화두는 별안간 우리 앞에 다가왔다.

차량공유 서비스뿐만 아니다. 지난 15일 제주에서는 영리병원 개원을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제주도가 외국인으로 제한한다는 조건으로 국내 첫 영리병원을 허가했는데, 이 역시 격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의료 서비스는 ‘국내용’으로만 남아야 하는가.

“제조업은 회사 하나 차렸다고 해서 기존 업체들이 반발하는 정도는 약합니다. 그런데 서비스업은 달라요. 최근 보듯이 무수한 반발을 야기하고요. 결국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서비스업 논쟁은 고용 쇼크와도 직결되는 이슈다. 제조업 경쟁력이 꺾이는 와중에 서비스업의 중요성은 커질 게 뻔해서다. 해결의 실마리는 없을까. 지난 10일 오후 서울대 연구실에서 안동현(54)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만났다. 안 교수와 2시간 넘는 인터뷰는 주로 ‘산업의 위기’로 채워졌다.

“고용 해결책 서비스업서 찾아야”

-최근 국내 경기를 평가한다면.

△경기라는 것은 약간 과열됐다가도 다시 약간 침체가 오는 게 좋다. 그게 경제에 활력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최근 몇 년간 아주 작은 파동만 있다. 경제 활력이 떨어진,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제조업 구조조정이 이미 시작됐다는 말이 많다.

△그렇다. 조선·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은 과거 정부의 중화학 육성책으로 만들어졌고, 이걸로 한국 경제가 50년은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 중국에게 (전세계 주요 업체로서의 지위를) 물려줄 수밖에 없다.

-최근 정권 모두 산업정책이 잘 안 보였다.

△중후장대 산업 이후 김대중정부 때 민관이 협력해서 정보통신(IT) 쪽을 키웠다. 그것도 아직 IT 하드웨어와 게임 정도 수준이다. 그 이후에는 (각 정권별로) 별다른 산업정책이 없었다. 먹거리가 안 보이는 게 현재 한국 경제에 있어 구조적으로 가장 큰 문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서비스업을 더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금융·법률·의료·관광 등의 규제를 풀어 경쟁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이 80~90세다. 은퇴 후 어떻게 살 지가 큰 고민인 시대다. (제2차 베이비부머 세대인 1970년대생까지 은퇴하면) 앞으로 자영업은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영업자가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 산업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고용 쇼크의 해결책은 서비스업 쪽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은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간 분쟁이 심하다.

△그렇다. 그게 제조업보다 더 심하다. 이걸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게 서비스 산업은 기존의 판을 깨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 이슈도 있다. 대표적인 게 의료이지 않나.

-해결 방안은 없는 걸까.

△(신규 사업자가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원천봉쇄를 할 건 아니라고 본다. 운용의 묘를 찾으려 하면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영리병원에 내국인까지 받게 된다면 돈 많은 사람들만 이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인데, 예를 들어 (일반 병원의 의료서비스에 준하는) 의무 할당량을 영리병원에 주는 식으로 보완할 수도 있다. 최근 10년여간 가장 우수한 인재가 몰린 곳이 의료계다. 이들을 활용하는 쪽으로 산업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과거 물리학과, 전자공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의 인재들이 산업을 키우지 않았나.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산업도 헬스케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한계기업 문제가 큰 숙제가 될 것”이라며 “구조조정 담당자에 (사후 책임을 묻지 않는 안전장치인) 면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제조업 구조조정 결단 필요하다”

-차량공유 서비스 논란도 뜨겁다.

△택시업계가 타격을 입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세계적인 공유경제 시스템에서 우리나라만 벗어날 수는 없다. 택시업계에 보조금을 과감하게 줘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택시 운전자가 카풀 운전자로 전환하려 한다면 우선권을 주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디테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인가.

△이제는 산업정책을 하면 누군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돼버렸다. 갈수록 정책 미세조정이 중요하다. 최근 최저임금 논란도 결국 그게 문제였다.

-그런데 규제 개혁은 정말 어려운 과제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말로는 규제를 푼다고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규제를 풀 인센티브가 없다. 규제를 풀었다가 나중에 사고라도 나면, 사회적 이슈로 확대되고 그 공무원은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임자를 면책하는 방안은 어려운 건가.

△사실 면책권을 줘야 한다. 예컨대 차량공유 서비스 규제를 풀었더니 택시업계가 무너지고 카풀도 활성화되지 않았다면, 그건 사후적으로 정책적인 책임은 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도입 이후 예기치 못한 운전 미숙 등으로 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이슈로 확대돼도, 그 공무원에게는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한다. 개인적인 책임을 묻는 건 안 된다. 그래야 그나마 공무원이 일을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여러 부처에서 규제가 작동하는데.

△그렇다. 한 가지 사안으로 여러 부처에 규제 문제가 걸린 경우가 많다. 일단 각 부처마다 규제 문제만 담당하는 ‘실(室)’ 조직을 따로 둬 디테일을 챙겨야 한다. 부처간 조정은 경제부총리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조선업 등 제조업 구조조정도 화두다.

△산업이라는 것은 태어나서 죽게 돼 있는 것이다. 장례식도 잘 치러줘야 한다. 이건 민간에서도 해야 하고, 정부에서도 해야 한다. 생각보다 절박한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 경제는 한계기업(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저금리 때문에 버틴 회사들이 많은데,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이 아니라 대기업마저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면 국내 사모펀드(PEF)가 감당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해외 PEF가 온다면 또 과거 론스타 사태(2003년 외환은행의 론스타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국장이 헐값 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사건)가 벌어질 수 있다. 이걸 공무원들이 하려 하겠나. 큰 숙제다. 구조조정도 (사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안전장치인) 면책이 있어야 한다.

-선출권력이 결국 결단할 일인가.

△그렇다. 전 정권에서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대기업 구조조정을 해결하겠다며 총대를 멨다. 정말 보기 드물었던 일이다. 공무원에게 구조조정을 맡기는 건 더는 어려울 것이다.

“인센티브 구조 한참 뒤틀려있다”

-공공에 의존하는 고용 정책은 어떻게 보나.

△당장 일자리 사정이 악화되니 일견 필요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공서비스가 비대해지는 건 좋은 방향은 아니다. 일자리는 민간에서 창출해야 한다. 민간과 정부가 같이 고민해서, 이것저것 키워보고 실패도 경험하고 해야 한다. 시장 자체가 세계화돼 있어 손 댄 것마다 성공할 수는 없다.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실패에 책임을 묻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다.

-우수한 인재들도 공직에 몰리는 것 같다.

△우리 사회의 인센티브 구조가 한참 잘못돼 있다. 리스크를 쥐는 데도 돈을 못 벌면, 공직에 있는 게 최고 아닌가. 지금은 아무도 리스크를 감당하려 하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들이 공기업, 특히 금융 공기업에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건 이유가 있다.

-공공기관이 가장 경직적이고 생산성이 낮은 곳 아닌가.

△공공기관은 존재의 목적 자체가 사고를 내지 않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쪽에 그렇게 인재가 몰려야 하는지는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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