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창호법’ 시행에도 여전한 음주운전

논설 위원I 2018.12.27 06:00:00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오늘로 시행 열흘째를 맞고 있지만 음주운전 사고는 여전하다. 어제는 뮤지컬 배우로 이름이 알려진 손승원씨가 사고를 냈다. 서울 청담동에서 술에 취한 채 운전하다 앞서 가는 승용차를 들이받고도 그대로 달아나다 붙잡혔다. 더욱이 그의 면허는 이미 지난 9월 음주운전으로 취소됐다고 하는데 어제도 검사 결과 혈중 알코올농도가 면허취소 수준인 0.2%로 나타났다. 무면허 음주운전에 뺑소니까지 겹친 것이다.

뿐만이 아니다. 이날 경기 광명에서는 음주운전 승용차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량 2대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으며, 전날인 성탄절에도 충남 천안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길가 식당으로 돌진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개정된 법 시행 첫날인 지난 18일 인천에서 술에 취한 운전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6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것을 비롯해 음주운전에 따른 각종 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법의 취지가 무색해질 정도다.

‘윤창호법’은 지난 9월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씨가 부산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사망한 사건으로 인해 개정 발의되었다. 음주운전을 하다 사망 사고를 내면 기존의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최고 무기징역 또는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을 크게 강화했다. 그런데도 마치 이를 무시하듯이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은 “설마 내가 걸리겠느냐” 하는 ‘설마병’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탓일 것이다. 음주사고에 대해 관대한 풍토도 한몫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음주운전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훼손하는 범죄이며, 자칫 대량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은 새삼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검찰과 법원은 음주운전자에 대해 개정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를 적용해 우리 주변에서 음주운전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도 음주운전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는 기대로 각종 모임이 이어지는 시기다. 음주운전으로 자신과 가족,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일이 없도록 모두 그 위험성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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