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야? 기자야?"…시민들 위협하는 폭도들, 도 넘은 일탈[르포]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되자 흥분한 지지층이 법원에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경찰은 기동대를 투입해 지지층을 법원 담장 밖으로 밀어내고 인근 도로의 차량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창문 유리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난동으로 깨져 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은 윤 대통령의 구속 소식에 반발하는 지지층과 이들의 법원 진입을 막는 경찰들로 붐볐다. 이날 오전 5시 30분쯤 경찰은 후문을 통해 법원 내부에 재진입하려는 지지층을 담장 밖으로 밀어냈다. 지지자들은 “석방하라”, “헌법수호”를 외치며 차도에 주저앉아 경찰과 대치를 이어나갔지만, 경찰은 이들을 한 명씩 끌어내 오전 6시 15분쯤 후문 골목 바깥으로 시위대를 모두 밀어냈다.

극도로 흥분한 시위대는 경찰뿐 아니라 법원 인근을 지나는 시민들에게도 “언론사에서 왔느냐”, “좌파냐, 우파냐”며 채근했고, 휴대전화나 카메라를 든 시민을 휴대전화로 여럿이 쫓아가서 위협하다가 경찰에게 저지되기도 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간밤에 시위대가 머문 서부지법 후문 담장 내부에는 지지층에 의해 깨진 유리창 조각과 건물 외벽 타일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일부 지지층은 서부지법 간판을 밟고 올라서서 법원 담장을 넘으려고 시도했고, 이를 막는 경찰과 물리적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앞서 시위대가 진압된 법원 정문 앞 도로 역시 근조 화환과 철제펜스가 쓰러져 있었다. 경찰은 불어나는 시위대에 대비해 법원 담장 주변을 에워싸고 지지층을 법원 주변 인도로 이동시키고 있다.

전날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고, 오후 6시 50분쯤 심문 종료 후 8시간 만인 이날 오전 3시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차은경(57·사법연수원 30기)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사유를 밝혔다.

전날부터 법원 앞에서 구속 반대 시위를 이어가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구속 소식을 접한 뒤 법원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경찰에게 빼앗은 방패나 플라스틱 의자 등을 이용해 법원 정문과 유리창을 부수고, 소화기를 난사하면서 경찰의 저지를 뚫었다. 차 부장판사를 찾는 이들도 있었지만 당시 그는 법원 경내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난입이 시작된 지 11분 만에 법원에 기동대 경력 15기 등 1200여명과 마포경찰서 경력 115명, 인접서 경력 76명 등 약 1400여명을 투입해 법원에 침입한 지지층을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1명이 손을 다쳐 구급차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 아울러 경찰은 폭동을 벌인 85명을 연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포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일부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윤 대통령 지지층과 유튜버들은 서울서부지법 인근 도로에서 대통령 구속과 경찰 진압에 계속 항의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후문에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망가뜨린 유리문 파편이 널브러져 있다.(사진=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