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선트 ‘약발’ 왜 하루밖에 못 갔나
재무부는 전날 10~30년 만기 국채 바이백 규모를 회당 20억달러에서 최소 40억달러(약 5조5700억원)로 두 배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바이백 확대가 장기채 수급 부담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에 30년물 금리가 약 10bp 급락했다.
그러나 바이백 규모 자체가 전체 시장의 수급을 바꾸기에는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국채시장 규모는 약 32조2000억달러에 달한다.
조지 카트람본 DWS아메리카 채권 책임자는 이번 조치를 “쓰나미에 종이타월을 던지는 것과 같다”며 “재정 상황을 막거나 금리를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지 곤칼베스 MUFG 미국 거시전략 책임자도 “점진적이고 전술적인 개입”이라며 “장기채 매도세를 늦추고 시간을 번 뒤 경제와 연준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근본적인 문제는 장기금리가 단순한 시장 수급 때문에 오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국가부채는 최근 사상 처음 40조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정부는 최근 수년간 국내총생산(GDP)의 약 6%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이어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와 국방비 확대 계획까지 감안하면 단기간에 적자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낮다는 평가다.
조 브루수엘라스 RSM US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증세나 정부지출 증가세 둔화, 정부지출 자체를 줄이는 재정건전화가 없다면 바이백의 효과는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도 문제다. 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물가 불안을 다시 키우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가 3% 넘게 상승한 것도 장기금리 반등을 부추겼다.
AI 투자 붐 역시 채권시장에는 부담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등 AI 인프라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미 국채와 투자자 자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장기채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는 구조다.
해법은 결국 ‘재정’
재무부가 쓸 수 있는 단기적인 카드는 남아 있다. 장기채 바이백을 더 늘리거나 신규 장기채 발행을 줄이고 단기물 발행을 확대하면 장기금리의 상승 압력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TD증권은 장기금리 하락이 지속되려면 재무부가 장기물 입찰 규모 축소를 보다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부채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재정건전화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지출을 줄이거나 세입을 늘려 국채 발행 수요 자체를 낮춰야 한다. 인플레이션 안정과 연준에 대한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
키트 저키스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외환전략 책임자는 미국의 정부부채와 재정적자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수록 외국인 투자자들이 미 자산을 얼마나 계속 사줄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미국에는 재정을 긴축하거나, 더 높은 차입비용을 받아들이거나, 달러 약세를 용인하는 선택지가 남는다는 설명이다.
잦은 개입은 오히려 역효과 우려
재무부가 금리가 오를 때마다 개입하는 것도 해법은 아니다. JP모건은 이번 조치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재무부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정례적이고 예측 가능한’ 국채 관리 원칙에서 멀어진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이 오히려 더 높은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MUFG 역시 사전에 예정되지 않았던 이번 발표가 “전략적 계획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결국 시장에서는 이번 개입이 베선트 장관과 재무부가 장기금리 급등을 불편해하고 있다는 신호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재무부는 바이백으로 시장 수급을 조절하고 시간을 벌 수 있지만 40조달러를 넘어선 정부부채와 재정적자, 인플레이션, AI 투자에 따른 자금 수요까지 없앨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베선트 장관이 급한 불은 끌 수 있어도 불씨까지 없애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월가에서는 장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려면 결국 시장 개입보다 재정과 인플레이션이라는 근본 원인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