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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자가 물었다. “교수님은 연구하는데 가장 힘들었던 게 무엇이던가요?”
랭거 교수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연구비를 받는 거였어요. 물론 이곳 MIT가 있는 켄달스퀘어는 정말 좋은 환경인 건 맞지만 그래도 나는 교수이지 기업 경영자는 아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강연장엔 웃음이 터졌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랭거 교수 입에서 나온 말이라서다. 그가 돈을 구하기 어려웠다는 말에 다들 너스레를 떤다고 생각했다.
랭거 교수는 MIT의 바이오벤처 분야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랑거 교수가 보유한 특허는 1100개가 넘는다. 이미 제약회사 300개 이상이 돈을 내고 그의 특허를 사용한다. 25개의 바이오벤처는 직접 창업했다. 미국의 유명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 만든 화장품 브랜드 ‘리빙프루프’도 랑거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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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들어간 칩은 환자의 몸 상태나 암의 상태를 측정하고 필요한 만큼의 약을 정확한 시간에 자동으로 투여한다. 스마트폰 등으로 원격조정할 수 있다. 당뇨나 고혈압 등 장기간 약을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환자는 간단한 칩 이식으로 약 복용을 대신할 수 있다. 여러 약을 환자 상태에 맞춰 한꺼번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마이크로칩스는 지금의 약물 투여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기술로 평가받는다. 임상시험을 마친 마이크로칩스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랭거 교수는 세계에서 논문 인용 횟수가 가장 많은 공학자다. 과학자들은 랑거 교수 논문을 17만번 이상 인용했다. 공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찰스 스타크 드래퍼상’, 미국 최고 의학상 ‘알바니 메디컬센터상’ 등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돈 구하기 어려웠다”는 랭거 교수 푸념은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그는 “처음 연구를 할 때만 해도 공상과학(SF)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도 연구비를 받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랭거 교수는 보스턴의 한 벤처캐피탈(VC)에서 일하던 테리 맥과이어를 만나 돌파구를 찾았다. 유망한 바이오기술을 찾아 투자하던 맥과이어는 랭거 교수의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매료됐다. 맥과이어는 지난 20년 동안 랭거 교수가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고 마이크로칩스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의 창업을 도왔다. 맥과이어 역시 세계 벤처캐피털협회 회장에 오르며 이 바닥의 거물이 됐다.
랭거 교수는 돈을 좇는 사람이 아니었다. 74년 MIT에서 화학공학 박사를 받은 그에게 20개 메이저 석유회사가 스카우트 제의를 했다. 하지만 그는 거액의 연봉을 모두 거절했다. “사람들의 삶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버리지 못했다. 보스턴에 있던 어린이병원 연구실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랭거 교수는 이상주의자였다.
하지만 그도 돈이 필요했다. 랭거 교수는 “내 기술이 더 많은 환자들에게 실제로 쓰이려면 창업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그의 바람대로 랭거 교수가 개발한 기술은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역설적이지만 지금의 랭거 교수를 만든 건 맥과이어라는 자본의 힘이 컸다.
앤드루 로 MIT 경영대 교수는 “자본을 제공하는 파이낸싱이 바이오산업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투자를 받지 못해 사장되는 아이디어가 우리 주위에 여전히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어떻게 더 많은 자본을 바이오산업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