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치주의의 심각한 위기"...이대로면 나라가 위험하다

논설 위원I 2025.01.21 05:00:00
대법관들이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법치주의의 심각한 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이러한 극단적 행위가 일상화될 경우 우리나라는 존립할 수 없다”는 걱정들을 감추지 않았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어제 국회 현안 질의에 참석, 이날 오전 조희대 대법원장 주재로 열린 긴급 대법관회의의 논의 내용을 전하면서 “굉장히 심각한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데 별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30년 이상 법관 생활을 하면서 처음 겪은 초유의 사태”라는 천 처장의 말대로 이번 사건의 충격은 가히 메가톤급이다. 사법 체계를 위협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대법관들은 폭동으로 난장판이 된 시설 및 집기의 복구와 업무 정상화 방안, 정신적 충격을 받은 서울서부지법 법관과 직원들에 대한 심리치유 시행 방안 등을 논의했다지만 완전한 복구와 수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불법행위 피의자 수십 명을 체포한 데 이어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본격 수사를 진행 중이다. 사태 가담자에게는 법정 형량이 최대 징역 10년인 소요죄와 공무집행방해죄, 건조물침입죄, 공용물건손상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 경찰은 사태의 배후에 대해서도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배후가 조직적인 것일 수도 있고 비조직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런 배후의 존재와 작용이 수사에서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주목할 것은 사법부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는 천 처장의 발언이다. 그는 “일부라도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 사법부가 좀 더 반성하고 노력해야 하지 않겠냐는 지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정치인 관련 사건의 재판에 대해 공정성 시비가 잦아지면서 사법부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음을 우려한 내부 목소리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법치를 위협하는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 이를 두둔, 선동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의사를 폭동과 같은 불법행위로 표현하거나 그런 행위를 두둔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사태 가담자들과 배후에 대한 엄벌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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