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de:068h
device:
close_button
X

"글로벌 IB 대비 역량 취약…법인결제 허용해 몸집 키워야”

신하연 기자I 2025.02.18 06:00:00

[한국판 골드만삭스는 언제]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韓 초대형IB, 기업금융·모험자본 공급 역할 미흡" 지적
"증권사 역량 키워야…IMA 인가 등 제도적 지원도 필요"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여전히 글로벌 IB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종합투자계좌(IMA) 인가, 법인결제 허용 등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국판 골드만삭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초대형 IB의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주가연계증권(ELS)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 정부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게 기대했던 기업금융, 특히 모험자본 공급과 중개 기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다.

그는 “최근 해외 직접투자 수요가 늘면서 종투사가 해외주식 중개 업무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본연의 기업금융 역할과는 거리가 있다”며 “여기에 부동산PF, ELS가 큰 폭으로 위축되며 수익성과 성장성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국에서 글로벌 IB 수준의 증권사가 나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자본력 △기업금융 역량 △업무범위의 한계를 꼽았다. 그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중국·일본계 IB와 비교해 자본금이 현저히 작다”며 “기업 분석, 경영·재무·회계 컨설팅 능력이 부족해 인수·합병(M&A) 자문, 기업 컨설팅, 사모 직접투자 및 중개 부문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 “법인결제가 허용되지 않아 기업의 종합 자금관리를 수행할 수 없고, 증권사의 외환 업무도 제한적이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다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의 질적 성장이 미흡한 이유로는 단기 수익성 중심의 경영 문화를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짧고 단기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가 자리 잡으면서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 측면에서는 해외 IB 대비 부족한 M&A 자문 및 주선, 중개와 부채자본시장(DCM) 부문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사모, 벤처캐피털(VC)에 대한 직접투자, 대출, 중개 역량은 물론 기업 현금운용과 재무·회계 컨설팅 역량 역시 키워야 한다고 봤다.

국내 초대형 IB들이 글로벌 IB와 견줄 정도로 몸집과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지원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제언이다. 그는 “초대형 IB 육성을 위해 IMA 인가 확대, 법인결제 허용,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원화 국제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대형 IB 확대가 증권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과거 양적 성장에 치우쳤다는 점에서 모험자본 공급 등에 더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증권사간 경쟁 촉진 및 질적 성장 측면에서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초대형IB로 지정된 종투사는 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증권 등 5곳이며,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갖춘 하나·메리츠·신한·키움증권 등이 6호 초대형 IB 후보로 꼽힌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


배너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Not Authoriz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