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김동수 씨는 3년 전부터 중소과 사과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에 과일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 김씨는 “3㎏짜리 한박스라도 중소과는 대과에 비하면 절반 가격이었는데 이젠 70% 수준”이라며 “농가소득에도 큰 도움이 돼서 크기가 작단 이유로 쳐내지 않고 소중히 키운다”고 했다.
사과는 대표적인 예다. 농축산물 생산의 ‘관행’이 바뀌고 있다. 이상기후 피해에 먹거리 가격이 급등하고, 대내외 여건이 바뀌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변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유통과정 역시 비용을 절감하는 방향으로 개선되는 중이다. 고물가에 신음하는 소비자로선 희소식이다.
◇ “사과, 작아도 달아요”…24개월령 한우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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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이에 맞춰 중소과 과일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후지 사과의 중소과 생산·유통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올해도 중소과 사과 생산을 독려할 계획이다. 작년에 후지 중소과 2만톤(t)을 계약재배로 확보해 시장에 공급했는데 올해는 이 물량을 더 늘린단 계획이다. 과수농가로선 중소과 사과도 제값을 받고, 소비자들은 작지만 저렴한 사과를 구매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정부가 유통하는 사과는 ‘맛있는 중소과’라는 인식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12브릭스 이상’ 당도 표시를 적용한다. 전국공동과실브랜드인 ‘싱싱플러스’ 스티커도 붙여 인증해준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중소과 계약농가에 생육관리 등을 벌여 시장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했다.
축산 분야에선 한우의 사육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30개월가량에서 24~26개월로 줄여 가성비를 높이겠단 취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등급제를 도입한 1993년엔 소 사육기간이 평균 20개월에 불과했지만 2023년 기준으로는 약 31개월로 늘어났다. 한우 농가들은 30개월 이상 키워야 도체중량(도축 후 고기 무게)과 근내지방(마블링)이 늘어 수익성이 높다고 여기지만, 정부 분석 결과는 달랐다. 30개월 이상 사육시 마리당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 년 동안 국제곡물가격이 올라 생산비의 약 60%를 차지하는 사료 가격은 높아졌는데, 한우 과잉 사육에 도매가격은 약세이기 때문이다. 30개월까지 키우면 인건비와 사료비 등 생산비 증가분이 기대 수익증가보다 더 큰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엔 미국 정부의 소고기 수입 확대 압력이 커지면서 한우의 가격경쟁력 제고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에 정부는 사육기간을 줄여 생산비와 시장가격을 함께 낮출 수 있게끔 단기 비육우를 위한 전용 등급제를 도입하고, 사육기간 단축에 참여하는 농가엔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24~26개월로 사육기간을 줄인 한우를 연간 최대 1000마리씩 단계적으로 확대 생산할 예정”이라며 “별도의 브랜드명을 붙여 올해 안에 공급·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도매시장, 온라인으로 대체”…유통비 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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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품목별 주산지에 ‘스마트 산지유통센터’(SPC) 30곳을 구축한 데 이어 올해는 60곳, 내년엔 총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평균 취급 물량을 늘리고 선별·포장 인력은 줄어 출하단계에서 물류비용을 5% 절감하는 효과를 확인해서다.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도 계속된다. 2023년 11월에 처음 문을 연 온라인도매시장은 지난해 거래목표액 5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올해 목표액은 1조원이다. 온라인도매시장은 서울의 가락시장과 같은 오프라인 도매시장을 거치지 않아도 돼, 유통비용률을 7.5%포인트 줄이는 효과를 냈다. 소매유통 또한 농업인 대상 온라인 마케터를 육성하고 온라인직거래지원센터 구축을 지원하는 등 직거래 활성화를 꾀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존의 농축산물 생산, 유통 과정에서 이어져 온 관행을 바꿔 비용은 낮추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물가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